[NETFLIX] <나의 문어 선생님> 소중한 가르침
[NETFLIX] <나의 문어 선생님> 소중한 가르침
  • 선민혁
  • 승인 2021.02.25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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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직접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도 있고, 유기견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이들 또한 흔히 볼 수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을 하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도망친 여자>의 한 장면에서, 감희, 영순, 영미가 사과를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초인종이 울린다. 이웃집에 사는 남자가 찾아온 것인데, 그는 영순과 영미에게, 그들이 먹이를 주고 있는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칭하며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한다. 아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여 마당으로 나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영순과 영미는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칭하는 것을 언짢아하고 그와 언쟁하며, 먹이를 주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갈등은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이들과, 그들을 '캣맘'이라 칭하며 동네에 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등의 이유로 불편함을 표하는 이들이 있고, 도축과정의 비윤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과 그들을 '유난을 떠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갈등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동물의 권리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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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은 영화감독 크레이그 포스터가 일 년 동안 한 문어를 관찰하며 그녀(문어를 지칭)와 나눈 교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쉬지 않고 일하던 열정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크레이그포스터는 어느 순간 신체와 정신에 피로를 느끼게 되고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근본적인 변화의 절실함을 느끼게 된 그는 해안가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과 다큐멘터리 작업을 함께했던 칼라하리의 전문 사냥꾼에게서 영감을 얻어, 대서양으로 간다. 그는 해안가에 머물며 잠수복 없이 잠수를 해 바닷속 환경을 체험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자 카메라와 편집실은 쳐다보기도 싫어졌던 그에게 촬영에 대한 의욕이 샘솟는다.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바닷속 해양생물들을 촬영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큰 물결을 막아주는 거대한 다시마 숲에서, 한 문어를 만난다.

문어는 천적인 파자마상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조개껍데기들을 모아 온몸에 두르고 있었는데, 크레이그는 그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다. 이 범상치 않은 생명체에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는 크레이그는, 이 문어를 날마다 들여다보기로 한다. 잠수복을 입지 않고, 산소호흡기도 이용하지 않는 크레이그가 매일 같이 문어를 찾아 그녀의 생활 환경을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개가 가득한 바다 숲의 수많은 해조류를 헤치고 나아가야 했고 문어를 만나더라도 경계를 하는 그녀를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해야했다. 그래도 크레이그는 매일 문어를 보러 간다.

크레이그가 매일 문어를 관찰하는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순간, 그와 문어 사이에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문어가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크레이그를 알아보고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크레이그가 손을 조금 뻗자, 문어 또한 다리 하나를 내민다. 이 순간부터 문어는 크레이그에게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크레이그는 문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지고 문어는 더는 크레이그를 경계하지 않고 몸을 숨기던 굴 밖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하루는 크레이그가 실수로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이에 놀라서 달아난 문어가 서식지를 옮기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을 자책하며 문어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까 걱정하던 크레이그는 각종 논문을 뒤져가며 연구하고, 문어처럼 생각하려 노력하며 일주일 내내 수색작업을 펼쳐 결국 그녀를 다시 찾아낸다. 자신을 찾아낸 크레이그를 알아보는 문어는 그와의 상호작용을 계속한다. 크레이그의 품에 스스로 안기는 놀라운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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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만남이 그렇듯,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이별이 찾아온다. 문어가 짝짓기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짝짓기가 끝난 문어는 산란을 하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문어가 삶을 마친 후에도 문어의 굴이 있던 곳에 방문한다고 하는 크레이그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울먹인다.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롭다. 크레이그와 카메라가 이끄는 대로, 아름다운 바닷속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각적 즐거움이 있으며 문어를 비롯한 해양생물의 신비함 또한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크레이그와 문어에게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이다. 문어가 천적인 파자마상어에게 사냥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문어의 생존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고,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문어의 눈동자에 '깊이'가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문어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나는 더 이상 동물과 교감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행하는 사람들을 향해, '유난을 떤다'고는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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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감독
피파 에를리쉬
Pippa Ehrlich
제임스 리드James Reed

 

출연
크레이그 포스터
Craig Foster

 

제작|제공 넷플릭스
제작연도 2020
상영시간 85분
등급 전체관람가

공개 2020.09.04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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