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의 주인공 헌터(헤일리 베넷)는 리치(오스틴 스토웰)와 결혼 생활을 하는 중이다. 리치는 부유한 상류층 집안의 자제이며, 이 부부는 리치의 부모님이 마련해준 교외의 그림 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다. 헌터는 리치가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요리, 청소, 정원 가꾸기 등의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리치와 그의 부모는 헌터에게 친절하며 헌터의 결혼 생활에는 겉보기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일상을 보내던 중 헌터는 임신한다. 리치와 그의 부모는 매우 기뻐하지만 헌터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이후 헌터는 이물질을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얼음조각을 씹어 삼키는 것을 시작으로 유리구슬, 압정, 건전지까지 삼킨다. 날카로운 부분에 베여 혀나 뱃속에서 피가 나도, 삼키는 중 목에 걸려 고통을 느끼는 일이 생기더라도 헌터의 충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헌터는 이물질을 삼키고 싶은 충돌을 실현하는 것을 즐기며, 배설된 이물질을 전시해 놓기도 한다. 

헌터가 남몰래 즐기던 이러한 취미는 결국 들키고 만다. 초음파 검사를 위해 리치와 함께 찾은 병원에서 헌터의 배 속에 남아있는 이물질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 순간부터 헌터가 즐기던 취미는 '이식증'이라는 병이 된다. 병원에서 배 속의 이물질들을 빼낸 후 집으로 돌아온 헌터에게 리치는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한 것이냐고 화를 낸다. 이런 증상이 있었으면 결혼 전에 말을 해줬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헌터는 왜 무언가를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을까?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으나, 헌터가 결혼으로 인해 자신이 타고나지 않은 여러 모습들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것은 추측이 가능하다. 헌터는 남편에게 헌신하는 아내로서 존재해야 했고, 상류층 집안의 며느리로서 존재해야 했다. 임신을 하고 나서부터는, 집안의 아기를 성공적으로 출산해내야 한다는 의무가 추가되었다. 헌터가 선택한 결혼이지만, 헌터가 결혼을 결정하기 전 이러한 의무들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의무들이 있었다면 리치는 결혼 전에 헌터에게 말을 해줬어야 한다. 

리치를 만나기 전에는 가게에서 물건들을 팔았다는 헌터의 이야기에 '우리 아들 덕에 신세 폈네'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에게, 헌터는 덕분에 든든한 기댈 곳이 생겼고, 자유시간이 정말 많아졌다며 감사를 표하지만, 헌터가 이 가정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커튼의 색깔을 정하거나, 정원에 심을 꽃의 종류를 정하는 일들일 뿐이다. 헌터가 이물질들을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한 것이냐고 물은 리치에게, 헌터는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물질을 삼키는 취미가 발각된 이후, 헌터의 자유는 더 사라진다. 헌터는 원하지 않는 상담을 받게 되고, 리치의 부모가 고용한 가사도우미 루아이(레이스 너클리)로부터 일상을 감시당하게 된다. 감시 속에서도 헌터는 이물질을 삼키는 일을 몰래 계속한다. 상담을 진행하던 중 상담사는 헌터가 가진 이식증의 원인이 성장환경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헌터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헌터가 결혼생활로부터 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은 파악하지 못한 상담사는 헌터와의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해주기로 한 리치와의 약속대로, 그에게 헌터의 탄생에 대한 비밀을 전달한다. 이를 알게 된 헌터는 좌절하며 크기가 큰 물체를 삼키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다.

이 사건 이후 리치와 그의 부모는 헌터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고, 헌터는 결국 집을 탈출한다. 리치의 추적을 피해 헌터는 모텔에 숨었다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그곳이 자신이 가진 출생에 대한 트라우마와는 관계없이 잘살고 있는 아버지의 집임을 확인한 헌터가 화장실에서 하는 행위는 무언가를 삼키는 것이 아닌 구토이다. 아버지와 대면한 헌터는 자신의 방문을 두려워하는 그에게 상황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헌터는, 자신이 그와 닮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는다.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임신중절약을 처방받는 헌터의 모습이다.

영화에서 헌터가 마지막으로 삼키는 것은 임신중절약이며, 헌터가 앉았다가 일어난 쇼핑몰 화장실의 변기는 핏물로 채워져 있다. 헌터는 화장실에서 나가고, 카메라는 헌터를 따라가는 대신, 화장실을 오가는 여성들을 한참 동안 비춘다. 내면의 불안을 이해받거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억압에 의하여 이것이 어려운 일이 된 사람은 훨씬 더 공포스러울 것이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선민혁

sunpool2@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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