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승리호'에 대한 비(非)와 호(好)에 대하여
[NETFLIX] '승리호'에 대한 비(非)와 호(好)에 대하여
  • 배명현
  • 승인 2021.02.1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 것 이길래…

왜인지 <승리호>는 개봉하기 전부터 소음이 많았다. 크라우드 펀딩 문제와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개봉 지연, 한국에서 블록버스터 SF영화라는 점까지. 하나 더 추가해보자면 예고편에서부터 느껴지는 작위적인 대사―"덤벼라 이 무능한 것들아 저건 내 거다"―까지. 그러나 개봉 이후의 반응은 꽤 괜찮았다. 단번에 넷플릭스 시청 한국 1위를 가져갔고, 그에 이어 2일 만에 28개국 1위를 성취해냈다. 그렇다면 다소 거칠게 이야기해 결과만을 따져보자. 이 영화는 훌륭한 영화인가. 그 지점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흥행만으로 이 영화의 모든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거니와 명징하게 드러필자는 문제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영화를 꽤 봐왔던 사람이라면 <승리호>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 쉬울 것이다. "이 영화 별로네" 하지만 그건 너무나 간편하고 손쉬운 판단이다. 우리는 이 영화에 대해 조금 더 확장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런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 이 영화는 일반적인 '망작'과는 다르게 흥행에 성공했는가.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대답은 '넷플릭스'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한 달에 만 원 남짓한 요금을 본전을 뽑기 위해 한 영화를,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넷플릭스이기에 10분 만에 다른 영화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훨씬 많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알 수 없는 것이 흥행의 세계라곤 하지만 단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흥행에, 그것도 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고는 볼 수 없다.

용의 선상에 용의자들을 세워보자. 배우들의 기용인가. 일정부분 옳아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한국이란 네이션(nation)을 벗어난다면 그리 유의미한 결과 값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스펙터클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한국에서 대규모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성취라고 볼 수 있는 시각효과와 디자인이 총 출동했지만, 그것 또한 한국이란 국가 안에서 성취를 한 것이지 이미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이미 이보다 먼저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퀄리티의 우주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승리호>는 이렇게 흥행을 할 수 있던 것일까. 필자는 이 흥행을 시기와 관객의 요구에 응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등장할 시기를 기다리며(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과 같은 작품은 극장으로 향했지만) 코로나 시대를 견뎌낸 관객들의 욕구에 <승리호>는 시의적절한 작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간 스펙터클을 그리워하던 세계의 관객들은 새로운 영화를 그리워했지만 개봉한 작품이 없던 것이다.

여기서 오해는 하지 말자. 단순히 시기를 잘 타서 흥행했다는 말이 아니다.(지난해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을 당시를 떠올려보자) 개봉 시기를 기반으로 관객의 요구에 응답하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을 설득시킬 요소들이 존재해야 한다. 특히 SF라는 장르는 현실을 메타하여 완성되는 장르인 만큼 지금-여기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 또한 중요해진다. <승리호>는 시각적 쾌감을 중심으로 가져가기보단 기존에 존재하던 스토리 방식을 약간 비틀어 만든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영화이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신파'라는 단어만큼이나 익숙한 슬픔의 정서는 <승리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돈을 많이 들인 영화인만큼 '흥행'을 보증해야 하는 감독의 필연적인 선택이었을까? 물론 기존의 한국영화식 신파를 새로운 대안가족과 인물각자의 과거 치유와 함께 엮어 들어가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다만 아쉬운 건, '김태호'(송중기)라는 인물을 복합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보여준 설정이나 선택들이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순이'를 찾기 위해 돈에 눈이 먼 인물로 그려지지만, 과연 그가 어떤 합리에 의해 행동을 바꾸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리 설득력이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는 연출의 문제라기보단 시나리오상의 빈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장 선장'(김태리)이라는 캐릭터에서도 드러필자는 문제이다. 선장을 맡은 만큼 비중이 크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상당하리라 (배우 김태리가 맡았기에 더욱) 기대했지만, 막상 매력적인 행동이나 리더십을 보여주진 못했다. 후반부에 기관총으로 적 우주선을 추락시키려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씬에선 '업동이'(유해진)가 과하게 활약하는 바람에 장 선장의 활약이 약진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끝내고 싶진 않다. <승리호>에서 필자는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헐리우드의 방식을 따라가려는 한국식 대작이 아닌 영화가 만들어진 땅의 고유성을 섞으려는 노력 말이다.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방식과 비주얼에 빚을 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상을 해내려 이 영화는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신파이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일단 그 점에 대해선 유보하도록 하자. 한국은 신파에 신물이 난 관객에 많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인 것 같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좀비와 부성애를 통해 의외의 호평을 받은 것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영화는 관객의 국적을 따라 만들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필자는 이 신파가 아직은 효용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이와 비슷한 예로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이후 장편 작품에서는 꽤나 대중적인 서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창작자가 대중과 비평―물론 이 둘을 구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문제가 마치 없다고 눙쳐버리는 것에 필자는 강한 희의감을 가지는 편이다―둘 사이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굉장한'이라는 부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비평과 관객 둘 모두를 매혹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둘 중 하나만 가진 사람 보다 용기가 필요하다.(물론 최선의 선택지는 둘 모두를 가지는 것이지만 그 둘을 가진 사람이 영화 역사에서 과연 몇이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감독의 선택은 본인을 위한 선택만이 아닌 그의 영화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를 책임지는 선택이다.

몇몇 영화 평론가와 영화 유튜버는 <승리호>를 별점 몇 개와 10분 정도 길이의 영상으로 손쉽게 비하했으나, 이 영화는 그런 편의주의에 의해 간략하게 요약될 수준은 아니다. 모든 영화가 훌륭할 필요가 없거니와, 이 영화는 넷플릭스 시대에 한국 SF 그것도 스페이스 오페라가 쏘아 올린 가능성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영화의 '이후'를 믿는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지금을 걸겠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승리호
SPACE SWEEPERS
감독
조성희

 

출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제작 (주)영화사 비단길
제공 넷플릭스
제작연도 2020
상영시간 136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공개 2021.02.05

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