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현의 영화가 필요한 시간]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영화
[배명현의 영화가 필요한 시간]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영화
  • 배명현
  • 승인 2021.01.1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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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퍼니게임', '카우보이의 노래', '아이리시맨'

영화와 대면한 윤리

많은 이들이 영화를 걱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앙의 등장으로 '영화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극장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영화를 만나고 있으니까. 영화가 우리와 만난 곳은 당연히 '기기'들이다. 그렇다. 'OTT 서비스'가 영화를 점령할 것이란 건 예견된 사실이었다. 팬데믹은 그 미래를 조금 더 빨리 지금,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일 뿐이다. 영화는 죽지 않는다. 다만, 관객과의 만남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하여 코아르는 다시 OTT에 집중을 해보기로 했다. 극장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영화를 응원해보려 하는 것이다. 부디 이 영화들이 당신들에게 의미 있는 접촉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의 첫 번째 주제는 영화의 '윤리성'이다.

 

[WATCHA·WAVE] <보이후드 Boyhood>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2014

ⓒ 유니버셜 픽처스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해 생각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이미 비포 시리즈로 시간과 영화에 대한 유의미한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지만, <보이 후드>는 그 이상을 성취했고 이루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변해가는 얼굴과 성격, 그 이상을 견디며 영화를 찍는 다는 것은 영화적 성취 그 이상을 의미할 것이다. 이 영화의 서사적 감독 그 이상은 바로 여기서 찾아온다. 시간을 함께 견딘 사람들. 여러 사람의 역사가 응집된 영화. 보이 후드는 방 안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생을 조우하게 만든다.


 

[WATCHA] <퍼니게임 Funny Games>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1997

 ⓒ (주)영화사 안다미로

영화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이 행위는 어떤 것을 뜻할까. 여기에는 사실과 진실이 섞여 있다.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사실 하나. 스크린을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는 것. 그것에 대한 진실. 영화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를 잊고 타인들의 삶을 관찰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사실. 타인의 삶을 관찰한다는 것은 절시증적 쾌감이 은밀하게 작용한다. 다시 두 번째 진실. 현실에선 금지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이건 영화니까'라는 안전장치가 작동해 그 어떤 윤리적 반감이 생성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래도 괜찮은가. <퍼니게임>은 보는 행위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폭력행위가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제시한다. 잔혹한 범죄와 영화적 장치 그리고 소격효과라 불리는 거리두기 방식으로 새로운 영화 윤리를 감독은 제안한다.


 

[NETFLIX]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에단 코엔Ethan Coen, 조엘 코엔Joel Coen|2018

작은 단편들이 연속된다. 서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순환하는 영화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모아둔 집합이지만 서부 앤솔러지라는 묶음의 단위로도 속한다. 여섯 가지 이야기는 각자 독립되어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인데, 이 안에서도 한 스토리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가 생설 될 수 있을 만큼 서사적 왼결성을 가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는 소설을 차용했다는 점이다. 한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때마다 삽입되는 내레이터의 목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움직임은 소설을 읽어주는 '구전'의 방식을 영화에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마치 현대의 단편 소설이 한 인물의 생의 일부를 잘라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영화는 작동한다. 이 활력적인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NETFLIX]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2019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아이리시맨>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실화를 다루는 영화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부딪혀야 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룰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대상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것인가. 등등 이 모든 게 카메라의 시선에 담긴다. 거기에 더해 스콜세지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시네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비가 아닌 시네마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걱정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예술성을 갖춘 영화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걱정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예술성과 함께 실화의 윤리성을 함께 끌고 가야만 했다. 결과는 역시 성공이었다. 그 해 수많은 영화감독과 평론 그리고 대중은 <아이리시맨>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오늘로 그 사실을 끝낼 때가 왔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배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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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순간 아! 하고 만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만나려 자주 영화를 봤고 여전히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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