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BEST10] 코아르CoAR '배명현'
[2020 BEST10] 코아르CoAR '배명현'
  • 배명현
  • 승인 2020.12.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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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필진 배명현

영화웹진 코아르CoAR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BSET FOREIGN FILM of 2020

1. <언컷 젬스 Uncut Gems> 베니 사프디Benny Safdie, 조슈아 사프디Josh Safdie|2019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사프디 형제의 폼은 여전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컷의 속도감과 대화의 연결은 관객을 머리 아프게 하지만, 철저하게 의도한 구조와 주제 의식에 의거한 작법으로 보는 이의 허를 빼놓는다. 애덤 샌들러의 이미지 변신과 보장된 연기력은 또 다른 재미의 요소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라니.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2. <테넷 TENET>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2020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블록버스터는 단연 테넷이었다. 놀란의 신작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나는 그가 성취한 '인버전'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싶다. 시간을 역행하는 연기를 완성한 배우들, 그리고 연출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테넷의 OST를 만들어낸 '루드비히 고란손'에게 리스펙트를 표한다.

 

3.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Special Actors> 우에다 신이치로Shinichiro Ueda|2019

 

ⓒ 찬란
ⓒ 찬란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코미디의 탈을 쓴 스릴러 영화 스페셜 액터스는 분명 시나리오의 성취이다. 시나리오를 엎고 배우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쓴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는 어떤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나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이 영화는 분명 볼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없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을 것이라고. 나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전자에 속하길 바란다.

 

4.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안토니오 캠포스Antonio Campos|2020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자칫 잘못하면 종교 이야기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적 무능, 그러니까 죽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제목에서 악마는 과연 어디에서 언제 등장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리 어렵지가 않은 문제이다.

 

5.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아론 소킨Aaron Sorkin|2020

ⓒ 넷플릭스
ⓒ 넷플릭스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투영하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진단 자체를 넘어 현시대에 유효한 정신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는 현재 '운동'하길 바란다. 감상이 아닌 영화관 밖에서 움직이라는 것을 요구한다. 트럼프 시대 이후를 살아야 하는 미국에서 이 영화의 의미는 영화적 그 자체 이상이다.

 

6. <레이니데이 인 뉴욕 A Rainy Day in New York> 우디 앨런Woody Allen|2018

ⓒ 버킷스튜디오
ⓒ 버킷스튜디오

우디 앨런. 그 자체만으로 길티 플레저인 동시에 윤리적, 정치적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하지만 올해 이 영화가 BEST10에 들어갔다. 이걸 여전히 건재한 앨런의 예술성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예술과 윤리를 갖은 노력으로 구분하려는 안간힘으로 보아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에 듣는 <Everything happens to me>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7.  <마틴 에덴 Martin Eden> 피에트로 마르첼로Pietro Marcello|2019

ⓒ 알토미디어
ⓒ 알토미디어

영화는 원작에서의 배경이 되는 1910년대 센프란시스코를 20세기 중반의 나폴리로 옮겨왔다. 한 명의 청년이 거대한 시대를 만나며 변해가는 시간, 역사성, 광기, 폭력과 욕망 등등 수많은 것들을 거쳐 가는 과정을 카메라 안에 담는다. 그리고 이 결과가 스크린으로 투사될 때, 관객은 한 인간의 역사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유주의자로 살고자 한 개인은 진정 자유주의자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것은 가능한 것인가. 마틴 에덴의 발버둥은 거칠지만 애잔하며 애달프다.

 

8. <트랜짓 Transit> 크리스티안 펫졸드Christian Petzold|2018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이동하는 인물들을 담은 영화이다. 이들은 고정되지 못한 채 끝임없이 움직인다. 이 움직임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외롭다. 어디에선가 불안이 터질지 모를 두려움 속에 세상을 응시해야 한다. 외부 인물의 조그만 움직임,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외로운 동시에 가해성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어쩌면 호러일 수 있다.

 

9. <맹크 Mank>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2020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시민 케인>(1941)의 뒷모습을 시나리오 작가라는 랜턴 하나로 우직하게 따라간다.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꽤 방대한 영화사적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 방해물을 이겨낸다면 괜찮은 곳에 도착해있는 자신을 만난 수 있을 것이다.

 

10.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2019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은, 예외다. 영화와 이야기는 감독에게 자신의 삶이자 육신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거꾸로 자신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냈다. 삶이 만들어낸 영상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BEST KOREA FLIMS of 2020

1.<도망친 여자 The Woman Who Ran> 홍상수|2019

ⓒ ㈜영화제작전원사
ⓒ ㈜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의 영화에서 남자가 사라졌다.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모두 어딘가도 도망치고 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의 움직임 사이에서 홍상수는 바다를 포착했다. 하지만 이 바다는 실재하는 바다가 아니다. 스크린 위에 영사되는 가짜이다. 이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가짜 바다를 보러 두 번이나 들어가는 카메라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답은 관객만이 알 수 있다.

 

2. <작은빛 Tiny light> 조민재|2018

ⓒ (주)시네마달
ⓒ (주)시네마달

올해 한국 독립영화의 빛이 밝혀졌다. 그 빛은 여리지만 확고했고 강렬하진 않았으나 따듯했다.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큰 영화가 아닌 작은 영화들로부터 빛을 보았다. 고무적이다. 오늘 보다 내일의 영화가 더 보고 싶다.

 

3. <애비규환 More than Family> 최하나|2020

ⓒ 리틀빅픽처스
ⓒ 리틀빅픽처스

올해의 가장 마지막으로 본 영화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이다. 최하나 감독의 데뷔작인 애비규환은 그야말로 뛰어난 스킬과 연출력 그리고 편집이 돋보였다. 한국의 2020 여성 서사를 관통하는 대담함까지. 그녀가 만들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해진다.

 

4. <소리도 없이 Voice of Silence> 홍의정|2020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말 한마디 없이 다가와 사건을 만든다. 이어지는 우연과 연속성은 관객을 웃게 하지만 동시에 서늘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자체보단 유아인이란 배우가 주목받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다.

 

5. <내언니전지현과 나 People in Elancia> 박윤진|2020

ⓒ 호우주의보
ⓒ 호우주의보

르포는 칼이다. 감독이 현실로 직접 뛰어 들어가 만드는 영화는 어딘가의 폐부를 찌르기 위함이다.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게임, 그것도 망한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게임의 회사인 넥슨을 찌른다. 처음 시작은 절망과 무력감에 절어있는 젊은이들이었으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분위기와 공기가 만들어진다. 뻔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제를 바꾸었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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