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미드나이트 스카이' 한 인간과 인류
[NETFLIX] '미드나이트 스카이' 한 인간과 인류
  • 선민혁
  • 승인 2020.12.16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 넷플릭스
ⓒ 넷플릭스

헐리우드의 베테랑 배우이기도 한 '조지 클루니'가 감독, 출연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크게 두 가지의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말을 맞이한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생존한 과학자 '어거스틴'(조지 클루니)의 이야기와, 인류가 새롭게 개척할 별을 탐사한 후 지구로 돌아가고 있는 우주선 에테르 호의 이야기이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진 두 곳의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전개되면서도 서로 이어진다.

어거스틴과 에테르 호는 서로 이어지기 위하여 애쓴다. 목성의 위성 K-23에 인류가 정착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호는 지구의 어떤 곳과도 통신이 되지 않고 있다. 선원들은 이것에 대한 원인이 에테르호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에테르호가 우주로 떠난 후 지구에 종말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것은 북극의 연구기지에 홀로 남은 과학자 어거스틴 한 사람뿐이다. 그 역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거스틴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생존을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해 스스로 수혈을 하며 혼자 두는 체스를 즐기기도 한다. 어거스틴은 오히려 최대한 삶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에테르호와 교신하기 위해서이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어거스틴은 에테르호와 교신하여 지구의 종말을 알리고, 그들에게 지구로 귀환하지 않을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구에는 희망이 없으니, 새롭게 발견한 K-23에 정착하라는 것이다. 이 제안을 위해 연구기지에 홀로 남은 어거스틴은 매일 에테르호와 교신을 시도한다. 번번히 교신에 실패하는 일상을 보내던 어거스틴은 어느 날 연구기지에서 자신처럼 홀로 남은 여자아이 '아이리스'(킬린 스프링올)를 발견한다. 혼자인 줄 알았던 연구기지에서 다른 사람을 발견한 어거스틴은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이리스가 있다는 것에 기뻐한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리스에게, 어거스틴은 말을 건네기도 하고, 그녀를 보살피는 것에 정성을 다한다. 그러던 중 어거스틴은 에테르호와의 교신에 실패하는 것이 연구기지에 있는 안테나 문제임을 알게 되고, 아이리스를 데리고 더 강력한 안테나가 있는 기상 관측소로 떠나기로 한다. 

지구의 종말을 전하기 위해 어거스틴이 눈보라를 헤치고 북극을 가로지르는 동안, 에테르호의 선원들은 곧 지구에 도착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지구와의 통신을 하는 업무를 맡은 것은 설리(펠라시티 존스)이다. 지구의 누구와도 통신하지 못하고 있는 설리와 에테르호의 선원들은, 이것에 대한 원인이 지구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귀환 여정에서 사고로 인해 동료를 잃고, 확인되지 않은 항로를 개척하는 등 여러 역경을 겪지만, 지구로 귀환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항해해 왔다. 결국 지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을 때, 이들은 어거스틴과의 교신에 성공하게 되고, 지구의 상황을 전해 듣게 된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어거스틴은 K-23에 인류가 정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주장한 과학자이다. 그런데 어거스틴이 자신이 발견한 K-23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에테르호에 대한 책임감만으로 고독한 생존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환상과 플래시백, 가벼운 반전 등을 통해 어거스틴의 사정을 점차 드러낸다. 조지 클루니가 열연한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 <그래비티>(2013)의 감상과 같은 것을 기대하고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접한 관객은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 또한 우주에 대한 시각적 묘사를 훌륭히 해낸 편이나, 광활한 미지의 공간에서 한 인간이 겪는 고독과 생존에 대한 간절함, 삶과 세계의 경이로움에 대해 효과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오히려 지구의 종말과 새로운 별을 개척하는 우주선이라는 거대한 소재에 비해 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어거스틴이 지난날의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도 하고,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도 깨닫는 전형적인 스토리로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무난하고 루즈한 편인 전개는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희망'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극적이기보다는 담담한 영화의 목소리는, 인류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지켜보는 아이러니한 재미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인류의 마지막을 어거스틴이라는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통해 이야기한 점 또한 흥미롭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미드나이트 스카이
The Midnight Sky

감독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출연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
데이빗 오예로워David Oyelowo
카일 챈들러Kyle Chandler
데미안 비쉬어Demian Bichir
킬린 스프링올Caoilinn Springall

 

제공 넷플리스
제작연도 2020
상영시간 118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0.12.0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