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맹크' 각본가가 살아남는 법
[NETFLIX] '맹크' 각본가가 살아남는 법
  • 배명현
  • 승인 2020.11.23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의 서사를 통해 '지금, 여기'를 돌아보게 하는 핀처.
ⓒ 넷플릭스
ⓒ 넷플릭스

'허먼 J. 맹키위츠'(Herman Jacob Mankiewicz). 그의 이름은 오랜 시간 지워져 있었다. <시민 케인>(1941, 감독 오손 웰스)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작가였기에 잊혀졌다. 흥행에 실패한 <시민 케인>이 다시 부름을 받은 건 바쟁과 같은 프랑스 평론가의 등장 이후였기 때문이다. 작가주의시대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핀처는 <시민 케인>의 배후를 파헤침으로써 그를 복기해냈다. 그와 더불어 핀처는 '맹크'(게리 올드만)를 다루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1930년대와 40년대의 시대상을 포착하며 당대와 현재의 교묘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

영화가 주로 조망하는 1930년대는 유성영화가 탄생한 시기이자 헐리우드의 황금기인 동시에 내부적 위기로 인한 격변의 시기였다. 이 시기 안에서 영화는 두 가지 갈래로 흘러간다. 하나는 당대 최고의 영화사인 MGM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판의 중심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의 사건 이후, 맹크가 힘겹게 <시민 케인>을 집필하는 과정이다. 이는 영화<시민 케인>과 닮아있다. <시민 케인> 또한 한 줄기는 케인의 유언인 '로즈버드'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케인 그의 삶을 조망하는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물론 <맹크>는 두 이야기 모두 허먼 맹키위츠의 시점으로만 진행되지만, 정작 그렇게 만도 볼 수 없는 지점이 눈에 띈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일단 <맹크>에서 두 갈래로 진행되는 이야기 중 '30년대 영화사'와 관련된 부분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맹크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준다. 영화 말미에 가서 파티에서 구토하는 맹크를 향해 쏟아지는 말들은 그를 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작가에게 당신을 높이 사는 이유가 "당신의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말재주가 좋아서"라는 말은 작가로서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것 그 자체이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에 다리를 다친 맹크가 시민 케인의 초고를 집필하는 것은 그가 치유되는 과정을 담는다. 이 부분이 40년대 과정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계약을 위반하고 그의 이름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올린다. 두 갈래의 내용 중 하나는 하강곡선을 그리고 하나는 상승곡선을 그린다. 영화는 하나의 인물임에도 관객에게는 두 인물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미묘한 심상을 유발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오즈의 마법사>(1939, 감독 빅터 플레밍)가 실패할 거라 예상한 MGM 사측의 말은 완벽하게 틀렸다. <오즈의 마법사>는 현대 영화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 개봉 전에는 과하게 예산을 갉아먹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맹크> 안에서 다루는 시간 이후를 사는 우리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시민 케인>은 어떠한가. (두 가지 플롯 중) 영화사적 측면과 맹키위츠의 고난적 삶을 다루는 플롯을 중점으로 살펴보자. 그는 자신의 삶이 망가져 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포착되는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MGM과 ROK. 천재라고 추앙받던 삶과 퇴물이라는 현재의 평가. 보수화되어가는 할리우드와 그 와중에도 놓을 수 없는 시나리오에 대한 열망감. 하나의 플롯 안에서 복잡다단한 일들이 엮으며 맹크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지만, 그는 버텨낸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맹크는 '돈키호테'를 이야기하며 자신을 미치광이지만 할리우드의 허위, 가식, 타락, 부패, 부정, 속물성을 비난하는 칼을 가진 존재로 비유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편에 서 있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는 그를 자신이 잘난 줄아는 어릿광대라며 조롱한다. 맹크는 그를 이길 수 없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배후로 가진 존재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효과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맹크는 <시민 케인>이라는 작품으로 저항한다. <시민 케인>을 통해 당대 부조리하고 위선적인 인물들을 저격한다(그리고 물론 그 안에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속해있다). 이 원고는 당대를 저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체제의 수혜자들에게 매몰당했다. 그 때문에 그는 시민들의 앞에 서는 데 실패한다. 흥행에 실패하고, 수상에 실패한다. 시대를 너무 빠르게 타고난 원고인 동시에 영화였다. 하지만 그의 최후의 선택으로 그는 역사에 남았다. 계약을 파기하고서라도 남겼던 그 이름, 그것이 그를 역사에 남겼다.

이 이름의 의미는 지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맹크는 시나리오라는 도구를 이용해 그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객에게 명징한 직시를 주문했다. 할리우드 영화라는 환상성을 통해 오락, 환상, 허구적 세계를 통해 관객에게 단기간적 도피처를 만들어주기보단 '지금, 여기의 문제'를 바라보길 주문했다. 맹크의 '로즈버드'는 무수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잃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다. 그리고 영화<맹크>가 끝이 났을 때 이 질문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맹크

Mank

감독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게리 올드만Gary Oldman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릴리 콜린스Lily Collins

알리스 하워드Arliss Howard

톰 펠프레이Tom Pelphrey

샘 트로튼Sam Troughton

퍼디난드 킹즐리Ferdinand Kingsley

튜펜스 미들턴Tuppence Middleton

톰 버크Tom Burke

찰스 댄스Charles Dance

 

제공 넷플릭스

제작연도 2020

상영시간 13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0.11.18

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