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율리아 본 하인즈'(Julia von HEINZ)
<내일은 세상>은 독일에 한 법학과 1학년생 '루이자'(Mala EMDE)를 그린다. 그녀는 같은 학과 절친인 '베테'(Luisa-Céline Gaffron)를 통해서 반 나치, 반 파시스트 운동권 단체인 P-31에 가담한다. 그러나 단체 사람들은 루브주아 출신의 부유한 배경과 부모님의 지원으로 생활을 하는 그녀가 탐탁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단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신을 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때마침 극우 파시즘 성향 정치인 연설에 반대하기 위한 첫 번째 시위가 열리고, 한 파시스트가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몰래 훔쳐 달아나다 그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게 된다. 다행히 같은 단체 일원인 '알파'(Noah Saavedra)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의 폭행으로부터 고통스러운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이후 루이자는 급변한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알파를 따라 폭력적인 테러리즘에 강행한다. 치욕스러웠던 그 날의 복수 때문일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증명하기 위함일까. P-31의 한 일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함일까. 보수적인 자신의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기 위함일까. 그녀는 파시스트의 휴대전화에서 다음 집회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알파를 중심으로 모인 단체 내 강경파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차량을 부수고 물리적인 싸움까지 벌인다. 피부가 찢어지고, 어깨에 멍 자국이 자욱한 그녀의 몸은 점점 상처의 얼룩으로 뒤덮여 가고, 그녀의 정신 또한 점점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뀌게 된다. 끝내 그녀의 손에는 나치가 숨겨둔 폭탄과 집에서 토끼 사냥 때 쓰는 총까지 집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의 첫 장면, 총을 들고 어딘가를 향하는 루이자의 모습을 통해서 <내일은 세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전달한다. 율리아 본 하인즈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루이자라는 인물을 밀착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끊임없이 물리적인 한계에 부닥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한다. 그러면서도 카메라는 피사체와의 관계와 더불어 피사체와 밀접한 인물들의 관계를 맺기 위한 특정 공간을 조명한다. 평화적인 운동을 지향하는 P-31의 셰어하우스부터, 알파와 함께 우익 집단을 급습하기 위해 숨은 터널, 우익 집단의 은밀한 공간까지. 그 속에 위치한 루이자가 당면한 현실을 관객 또한 고스란히 경험하도록 하인즈의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작동한다.
그러나 우익 집단을 향한 루이자의 폭력성이 짙어질 때, 그녀의 총구가 한 파시스트의 머리를 향할 때, 그녀의 감정이 폭발되어질 때, 그때의 하인즈의 카메라는 루이자에게 가까워질 듯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감독 자신의 시선을 부여하고, 감독의 시선에 관객이 동참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한다. 그러고는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낀 루이자가 우익 집단의 축제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갈 때, 다시 카메라는 관객이 그녀를 따라서 육체적인 경험을 하게끔 빈틈없이 단단히 붙는다. <내일은 세상>은 이렇듯 한 개인의 행로를 따라 리얼리티를 부여하면서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능숙하게 그려낸다.
다소 평이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내러티브와 별개로, <내일은 세상>을 채우는 것은 루이자의 평화적 상태와 폭력적 상태 사이에서 양쪽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불균형이다. 관객인 우린 '폭력은 정당한가'에 대한 부적절함을 루이자가 가지는 감정들 속에서 고민한다. 여기에 대담함, 끌림, 욕망, 경쟁, 질투 등 루이자와 함께 시위를 자행하는 알파와 '레노르'(Tonio Schneider)의 관계 속에서 발현하는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그녀와 함께 관객의 고민은 더욱더 증폭된다. 독일의 우익 민족주의의 물결 속에서 저항하고자 하는 젊은 운동가들의 평화적인 비폭력 시위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는 그것이 분명한 '저항'이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극단적인 위치에 선 루이자의 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인즈가 담아낸 카메라 속 진실은 쉽게 답을 지어 낼 수 없는 강력함을 가진다. 또한,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저항 운동과 활동주의자들에 대한 절제된 관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폭력적 투쟁은 정당한 것인지. 더 나아가 '저항할 권리'에 대한 날 선 질문까지. <내일은 세상>은 독일에서 주목받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인 율리아 본 하인즈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로 2020년 베니스국제영화제(77th Venice Film Festival) 경쟁부문에 선정됐으며, 2020년 시카고국제영화제(56th Chicago Film Festival) 경쟁부문 선정과 실버휴고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