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준의 극장 가(街)] 그 남자들의 사정
[오세준의 극장 가(街)] 그 남자들의 사정
  • 오세준
  • 승인 2020.10.2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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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국제수사>, <폰조> 단평

<담보 Pawn> 강대규|2020

ⓒ CJ 엔터테인먼트
ⓒ CJ 엔터테인먼트

시의적절하다. 코로나 사태로 추석날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없었던 시기와 8살, 10살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 나 화재가 난 안타까운 사고까지. 이러 시기에 <담보>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어린 딸 '승이'(박소이)와 잠깐 떨어진 사이에 불법체류자 조선인 '명자'(김윤진)가 추방되는 상황에서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기꺼이 승이를 끌어안는 이야기. 채무자의 딸이 채권자의 딸이 되는 설정이 가족 드라마의 뻔함을 조금 덜었다. 그러나 영화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지루한 루틴을 답습한다. 선후배 사이의 두석과 종배, 채권자의 딸로 이뤄진 작품 속 기이한 가족 구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속 가족을 떠올리지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남기는 후자와 달리, 전자는 몇 분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쉽게 따뜻한 한 끼가 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건넨다. 가족영화에도 레벨이 있다면, <담보>는 입문자 정도!? '내 눈에 고인 눈물이 내 눈물이 아니었다'고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강력한 클리셰가 가득하고, 빠르게 감정을 채우는 영화.

 

<국제수사 The Golden Holiday> 김봉한|2020

ⓒ (주)쇼박스
ⓒ (주)쇼박스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난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바쁘다. 가족과 여행을 즐길 틈도 없이 고향 후배이자 사기꾼 '만철'(김대명)을 만나고,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의 셋업 범죄에 휘말려 살인 용의자가 되고, 감옥에서 자신의 돈을 가지고 도망간 죽마고우 '용배'(김상호)를 마주한다. 심지어 과거 일본군이 숨겨둔 보물까지 찾아야 한다. 이처럼 <국제수사>는 이야기 속 주인공의 욕망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맥락 없이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욕망이 강한 영화다. 여기에 필리핀의 전경까지 사수해야 하는 욕심도 껴있다. 영화는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보물도 사수하도록 병수에게 쉼 없이 뛰도록 요구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지나친 집중과 몰입을 강요한다. 웃자고 보는 영화에서 웃겨서 턱이 빠져야 정상인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지경이니. 영화의 내러티브 또한 관객과 함께 길을 잃었다. '분명 재밌을 거야'라고 확신에 찬 영화 속 어트랙션이 가엽게 느껴질 정도로 초라하고 힘이 없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열혈을 다한 배우들의 몸짓만이 흐릿하게나마 기억에 남을 뿐.

 

<폰조 Fonzo> 조쉬 트랭크Josh Trank|2020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숨 막히는 공방'이라니! 숨 막히는 100분이지!!" 다름 아닌 <폰조>의 소개 문구에 대한 심드렁한 반문이다. 영화는 역사상 악명 높은 마피아 '알폰소 카포네'(톰 하디)의 죽기 전 일 년의 삶을 그린다. '알 카포네'의 액션과 음모, 배신이 난무하는 범죄영화가 아니다. 신경 매독과 코카인 금단 현상 탓에 그는 똥오줌으로 기저귀를 찬 처참하게 일그러진 모습. 영화는 실제 카포네를 따라다닌 두 가지 소문을 극화의 소재로 삼는다. 숨겨진 1천만 달러 돈가방과 혼외자식. 그러나 이 소재들은 '알 카포네'라는 인물을 또 다시 스크린에 부활시키기 위한 도구로 쓰일 뿐. 정작 영화는 하루에도 수십 번 과거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카포네'의 정신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현혹하기 바쁘다. 심지어 카포네라는 인물을 알지 못한 관객이라면, 그를 묘사한 영화 속 현학적인 이미지들로 뒤섞인 몽타주는 분명 어렵게만 느껴질 듯. 길게 늘어진 테이프처럼 과거 카포네를 다룬 작품의 명성과 캐릭터에 의존한 탓에 영화의 서사와 구조은 어그러진다. 아무리 매력적인 인물이더라도 악당의 자의식을 탐구할 만큼 관객은 한가하지 않다. 톰 하디의 필모에 '옥에 티'로 기억날 듯.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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