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보건교사 안은영> 안은영의 다음을 기다리며
[NETFLIX] <보건교사 안은영> 안은영의 다음을 기다리며
  • 배명현
  • 승인 2020.10.19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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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건교사 안은영'(The School Nurse Files, 한국, 2020, 6부작)
감독 '이경미'(Kyoung-mi Lee)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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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리즈<보건교사 안은영>(이하 <보건교사...>)은 기이하면서도 유쾌하다. 보건교사...>는 오컬트물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음습한 엑소시즘 대신 시종일관 밝은 톤의 분위기를 고수한다. 십자가나 신의 가호를 받은 총알 대신 무지개색 불빛이 들어오는 장난감 칼과 B.B탄 총이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적절한 장치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나타난 젤리를 퇴치한다는 설정이야 말로 다른 퇴마물과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아닐까싶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젤리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으로 탄생한다. 이 젤리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되는데, 대부분이 이 세상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녀석들이다. 학생들과 선생들을 광기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하고 몸을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때 은영은 나쁜 젤리들을 퇴치하며 학생들을 지켜내고, 이 젤리와 관련된 사건의 배후엔 거대한 흑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마법소녀물을 떠올릴 만큼 설정은 가볍고 유쾌하다. 보건교사...>를 찾게되는 첫 번째 의 매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가벼움 뒤엔 꽤나 탄탄한 구조적 은유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인의 삶과 사회에서 학생에게 강제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 동성애와 장애, 왕따 문제 등등. 한국에서 학교라는 코드와 연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특히 두드러지는 건 여성주인공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서 여성서사만이 관통할 수 있는 사회 문제의 불편한 지점을 찌른다는 점이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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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점이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드라마를 관람하는 시청자를 계몽시키려 한다는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이하 PC)에 대한 피로감이 극대화된 현재에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남성이 그 사이드카로 배치된 서사는 진영싸움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실제로 구글에 '보건교사 안은영'의 연관 검색어에 '페미'는 항상 등장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여기서 난 보건교사...>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장르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판타지 장르는 가상적 설정을 기반으로 한 현실의 윤리를 은유한다. 그 윤리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와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지지만 언제나 소수자에 대한 시각을 다루어왔다. 때문에 여성적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장르적 특성의 하나이며 장르에서 요구되는 필요조건의 하나를 만족시킨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선 PC요소가 서사와 얼마나 정합하게 맞아들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감독 조지 밀러)에서 퓨리오사가 수 많은 PC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명작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정합성을 충족시켰기 때문인 것처럼, 작품성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으며 서사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아야할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나는 이 보건교사...>이 최근 한국에서 등장한 PC한 작품 중 훌륭한 수준의 정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건교사가 남성이었다면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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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비판으로 지목되는 회차 간의 긴 공백은 유의미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보스로 설정된 인물이 다음화에서 갑자기 등장하기 않거나, 아무런 설명 없이 불쑥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다. 분명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진행은 아니다. 파트식 구성을 가진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소설과 달리 보여주기만 할 뿐 설명하지 않는다. 이 불친절함이 기존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불호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나 또한 1화를 보고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감독의 잘못된 선택이라 말하고 싶진 않다. 클리프행어방식은 분명 불친절한 구성이다. 작품 구성에 있어 정답은 없고 취사선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강한 강점이 있다. 초반집중만 잘하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독자가 연결할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더욱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 시청자의 능동적 해석과 참여의 기회가 늘어난다. 더욱이 보건교사...>는 tv방영 방식이 아닌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기존의 드라마는 1회 시청만으로도 내용 전달이 잘되어야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는 다회차 관람이 가능하다. 시청자가 의지만 있다면 몇 번이고 돌려보며 퍼즐의 빈칸을 상상력으로 끼워 맞출 수 있다.

이러한 다회차 가능성의 도입으로 실험적인 방식의 구성을 도입하는 감독들이 많아졌다. 또한 기존 드라마의 일관적인 내용과 형식에 반하는 목소리에 응답하는 감독들도 많아졌다. 이제 한국에도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가진 드라마가 등장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안은영의 파일럿테스트인 시즌1의 엔딩은 'END'가 아닌 'AND'였다. 나는 조각조각 나뉜 페이지를 본격적으로 묶어줄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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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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