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본작가 '요시모토 바나나'X 배우 '최수영' ,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관객과의 만남
[현장] 일본작가 '요시모토 바나나'X 배우 '최수영' ,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관객과의 만남
  • 오세준
  • 승인 2019.04.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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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 영화사조아
포스터 ⓒ 영화사조아

 

지난 3월 25일 저녁 CGV 압구정 오세훈관에서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의 관객과 함께하는 시네마톡이 열렸다.

이날 '시네마톡'은 20:00 영화 상영 후 진행됐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감독 최현영, 배우 최수영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다섯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소설 <막다른 골목의 추억> 중 동명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한다. 최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원작 소설 팬이라면 계절과 공간, 주인공의 국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원작에 변화를 준 각색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난 후,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감독 최현영, 배우 최수영과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가 자리해 시네마 톡을 진행했다.

사진 ⓒ 영화사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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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4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먼저 인사 부탁드린다.

┗ 최현영 감독 : 바쁜 시간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일반 관객분들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 최수영 배우 :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에서 유미역을 맡았다. 반갑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종일 주역으로서 시사회는 처음이라 넋이 나갈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찾아주셔서 감개무량하다.

┗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 반갑다. 이 작품은 16~17년 전에 쓴 소설이다. 영화가 돼서 저한테 온 게 큰 선물 같다. 감사하다.

 

사진 ⓒ 오세준 기자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는 본인이 가진 관심사, 생각, 개인적인 상황이 은연중에 녹아드는데 너무 한참 전에 쓴 소설이라 기억하고 계실지 물어보기 조심스럽지만, 당시 어떤 생각, 어떤 마음이 반영돼있었는지 궁금하다.

┗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 제가 이 소설이 포함되있는 단편집을 쓸때는 임신한 상태였다. 쓰는 동안에 배가 불러오고 마지막에는 만삭이라 책상과 멀어진 상태였다. 당시 소설을 쓸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잔혹하고 슬픈얘기를 쓰기 위해 썼던 소설로 기억한다.

 

보통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시나리오가 쓰기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원작이 있는 영화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오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직접 각본, 각색해서 만든 영화라고 알려졌다. 어떤 식으로 완성하게 됐는지.

┗ 최현영 감독 : 제작 기간이 빠듯해서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밤새도록 써서 첫 원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찰영 원고가 나오기 까지는 2주밖에 시간이 없었어 많은 스탭들의 배려가 필요했었던 현장이었다.

 

최수영 배우님의 경우, 유미와 비슷한 나잇대를 살고있는 여성으로써 공감했던 내용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나 상황은 어땠는지.

┗ 최수영 배우 : 소설을 읽었을 때 '미미'라는 인물에게 가장 공감했다. 특히, 소설에서 인물이 처한 환경이 가장 공감됐던 부분이다. 미미의 경우,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극 중 사건)이 올 줄 몰랐던 인물이다. 나 또한 삶을 살면서 크게 '와! 나한테 이런 일이'할 일을 딱히 겪지 않고 운 좋게 어떤 힘듦 없이 살아온 편이다. 그래서 미미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알고 나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 남아서 '자신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천천히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 내게도 사춘기가 왔다. 늦은 사춘기라고 말하는 편이 괜찮을지. 그래서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중, 영화 촬영 제안을 받았다. 일볼 올 로케이션이었기 때문에 아예 핸드폰까지 끄고, 한 달 반 정도 지내고 싶을 정도였다.

촬영하면서 미미처럼 낯선 환경, 낯선 언어와 지내다 보니 내게도 사춘기를 벗어날 수 있는,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그곳에서 한 힐링 자체가 신나는 일을 하거나 술과 담배에 의존하지 않아도 묵묵히 굳은살 배길 때까지 버티는 것 자체가 힐링의 과정으로 와닿았다. 아픔이 있을 때 뭔가에 의존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뭘 먹거나 하는데 여기 주인공은 그런 걸 하지 않는다. 묵묵히 시간을 보내면서 곱씹을 뿐이다. 곱씹는 거 자체가 성장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는 게 큰 공감이었다.

 

사진 ⓒ 영화사조아
사진 ⓒ 영화사조아

소설은 미미라는 인물이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1인칭 소설에 경우, 독백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 수 있음에도 주인공이 여동생과 모든 얘기를 나눈다. 원작을 읽을 때 의문이 들었다. '가족과 친밀한 주인공' 이와 같은 설정이 작가에게 왜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 원작에서는 주인공 미미는 특별한 일 없이 가족들도 따뜻하고, 남자친구와 2년 동안 연락이 안되도 힘들어 하지 않고 느긋한 사람이다. 가족이 행복하고 단란할수록 힘든일이 생겼을대 말못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런걸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가족의 따뜻함을 표현했다. 영화의 경우, 수영씨가 연기로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표현해줬다. 이런 여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해주는 연기를 해주셔서 굉장히 작품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소설과 달리 극 중 유미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 최수영 배우 : 이 부분을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너무 수동적이거나 미련한 여자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이 사람을 믿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마치 극 속에서 여동생과 통화했을 때처럼 '막상 얼굴 보면 별일 아닐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오래된 연인에게 나오는 습관적인 불성실한 관계!?(웃음) 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장거리 연애를 하는 미미라는 캐릭터가 한국 여성 유미로 바뀌면서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 더 능동적인 사람으로 바뀐 게 큰 것 같다.

 

사진 ⓒ 영화사조아
사진 ⓒ 영화사조아

원작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감독님이 왜 공간을 변주했는지 궁금하다.

┗ 최현영 감독 : 아무래도 '소설 속 공간을 어떻게 카메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내게 큰 숙제였다. 또한, 이 작품의 경우 한일 합작이었기 때문에 외국인(극 중 한국인 유미)이 큰 시련을 겪었을 때 소설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 남게 해야 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내 오랜 유학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여러 외국인과 부엌을 같이 썼었다. 보수적이었던 내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경험이 점점 그 친구들에게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 우리 세대의 '게스트 하우스'라는 공간이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특히, 다시 만나기 힘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처럼 편하고 지내는 점이 내게는 가장 큰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소설 속 카페라는 공간을 영화 속에는 게스트 하우스로 변주했다. 미미가 유미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유미가 미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기도 했다.

 

영화에만 추가된 설정이 몇 개 있다. 대표적으로 유미가 캘라그래피에 소질있다는 것과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추가된 설정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최현영 감독 : 나의 대학 시절 경험이 들어간 요소들이다. 가장 욕심을 부렸던 부분이 버스커버스커 노래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도 장범준씨 노래다. 장범준씨와는 학교 동문이다. 그는 항상 운동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언젠가 영화를 공부하는 길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의 노래가 상당히 위로가 됐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영화 감독이 되면 꼭 음악 감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웃음)

개인적으로 음악이 주는 위로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미라는 캐릭터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소설 속 등장하지 않는 다른 상황으로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당시 내가 힘들었던 감정을 담아서. 마침 고맙게도 장범준씨가 라이센스 없이 음악을 제공해줬다. 어쩌면 당시 그 음악의 위로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 영화사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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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배우의 경우, 상대 배우 '타나카 슌스케'와 '얼만큼 유미와 미시야마의 거리를 유지해야 할까' 에 대해 의논해본 적 있는지

┗ 최수영 배우 : 가장 고민했던 부분을 물어봐 줘서 기쁘다. 사실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그 도시에 남아있는 이유가 남자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 나타나거나 혹은 이 남자 덕분에'로 주인공 유미가 그 힘든 과정을 버텨내서는 안 되는 점.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 주인공이 소설에 있는 미묘한 기류를 완전히 빼고, 낯선 환경에서 나를 도와주는 친구 또는 조력자 정도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현장에서 원작소설, 일본어버전, 한국어 버전 3권을 가지고 다녔다. 거의 5시간 정도를 얘기했을 정도다.

특히, 마지막에 버스커버스커 노래를 부르며 유미가 게스트를 한명씩 쳐다보는데, 미시야마의 컷이 따로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이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편집한 걸 보니깐 그 컷을 짧게 갔다. 주인공이 아픔이 조금은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기류를 느끼지 않도록 더 신경 쓰고자 했던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다.

 

원작의 계절은 가을이다. 그런데 영화는 계절이 봄으로 바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 최현영 감독: 원작에 경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청춘이 끝을 계절로 잘 표현했다. 밝은 사람인 미미가 어두운 세계를 맛보고 다시는 빛의 세계로 돌아가려하지만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이 소설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영화는 봄이 배경이다. 벚꽃이 나오고 빛이 비추는 밝은 분위기다. 주인공 유미가 힘든 과정을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좋은 계절이라 생각했다. 계절이 바뀜으로써 원작의 테마와 다른게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 ⓒ 오세준 기자

요시모토 작가님의 작품 중에는 주인공이 마음을 치유해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 이 테마가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주고,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 이 소설을 생각해보면 '이시야마'란 캐릭터는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누군가가 시련을 당한 여자가 운다면 금방 꼬셔서 사귈만한 캐릭터다. 하지만 '미미'는 다른 여자라는 느낌을 받고 존중하고, 그런 태도를 보임으로써 치유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행동했다면 금방 꼬셔서 잠깐 머무르는 동안에 사귈 텐데 미미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다른 걸 느끼고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런 과정에서 치유를 하는 게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남녀관계보다는 친구처럼 묘사가 됐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치유하는 과정인데, 꼭 남녀 간의 데이트 느낌이 아니고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에서 유미가 치유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영화에서도 그렇고 소설에서도 그렇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테마를 표현한 거 같다. '치유해야 된다라는 강력함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치유하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최현영 감독: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많은 영화에서 소재가 됐던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별을 당한 여자가 극복하는 방법, 바람난 남자와 몰랐던 여자, 그리고 여행을 떠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꽤 많은 장르에서 나오지만, 관객 입장에서 계속해서 다르게 음악의 변주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간단하게 보면 대부분의 이별은 술이나 담배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지만, 내 주변에는 술, 담배 없이도 이별했을 때 극복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 속에서는 그런 이별 방법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았고, 배우와 캐릭터랑도 잘 맞을 거 같았다. 합작이라는 기획에 맞게 지루하지 않으면서 여태 봐왔던 합작의 단점들을 최대한 극복하고자 포기할 거 포기하면서 과감히 진행했다.

[코아르CoAR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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