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의 영화 명장면] 8월 - <테넷>, <남매의 여름밤>, <소년 아메드>
[씨네필의 영화 명장면] 8월 - <테넷>, <남매의 여름밤>, <소년 아메드>
  • 코아르CoAR 편집부
  • 승인 2020.09.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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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의 명장면]은 '코아르CoAR'의 필진들이 매달 본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뽑은 명장면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이 글에는 줄거리, 해석,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여전히 머릿속에서 선명한지' 필자 스스로 되물으며, 감독의 카메라를 언어로 기록합니다.

<테넷 TENET>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2020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녹이는 능력만큼은 대단한 영화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시퀀스는 '스탈스크-12 전투'가 아닐까. 관객에게 전투가 어떻게 진행될 건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해를 요구한다. 그리고 관객과 함께 헬기를 타고 이동한 뒤, 전투가 시작된다. 이 전투는 10분이란 시간 동안 순행하는 시간과 역행하는 시간이 협공을 해 전투를 벌인다. 재미있는 것은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사건이 벌어지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결과는 이미 성공이라는 말이다. 시간 조작 sf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며 서스펜스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이를 놀란은 시각과 속도감으로 보완한다.

묘기에 가까운 비선형적 시간 서사와 결부된 '컷 편집'은 관객을 영화 바깥으로 내몰 생각이 없다. 생각하지 않게 만들며 오로지 영화 그 안에서만 놀게 만든다. 마치 관객은 스크린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게' 현실이라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오류나 주관적인 해석 따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로 나오는 '닐'이 죽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적 허용이나 연민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구하러 와준 한 인물의 죽음이다. 놀란은 이토록 무자비하게 관객을 끌고 간다. 그리고 엔딩에서야 결국 약간의 휴식을 준다. 영화 역사상 이토록 10분을 밀도 높게 쓴 시퀀스가 있었을까. 하지만 동시에 이토록 건조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영화웹진 코아르CoAR 배명현 영화전문 에디터, rhfemdnjf@ccoart.com]


 

<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윤단비|2019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모두가 웃고 있다. 아빠, 엄마, 고모, 동생 동주 그리고 할아버지의 영정사진까지. 옥주는 이 상황이 마냥 행복하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 용주의 욕망이 실현된 유일한 순간이다. 동주가 옥주를 깨운다. 그렇다. 그 순간은 꿈이었다. 한여름 밤의 꿈. 왜 하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그런 꿈을 꾸었을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일까. 불 꺼진 휴게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비치는 옥주의 얼굴에는 '차라리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엄마가 왔다 갔다는 소식과 함께 선물을 전하는 동생 동주. 스크린은 옥주의 슬픔에 한없이 젖어 들어간다.

<남매의 여름밤>이 보여준 모든 이미지는 관객의 마음 속에 노크 없이 과감히 밀려 들어온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오롯이 행복한 추억만을 상기시키지 않는다.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기억, 아빠와 엄마가 헤어져야 하는 기억, 가족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나는 기억 등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사정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밀려들어 온 이미지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그렇게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 노력했던 기억들이 모래사장을 수놓은 조개껍질처럼 자리한다. 영화 말미에 한없이 우는 옥주의 울음소리가 관객 중 누군가의 울음소리와 겹쳐 극장 안을 채운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영화웹진 코아르CoAR 오세준 영화전문 기자, yey12345@ccoart.com]


 

<소년 아메드 YOUNG AHMED> 

장 피에르 다르덴 Jean Pierre Dardenne 뤽 다르덴 Luc Dardenne|2019

사진 ⓒ 영화사 진진
사진 ⓒ 영화사 진진

<소년 아메드>는 어쩌다가 광기에 빠져버린 나약한 자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아메드가 겪는 변화의 모습을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담담히 보여주던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조용하면서 큰 임팩트를 선사한다.

아메드는 주위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광기에서 벗어나던 중, 사랑하게 된 소녀 루이즈가 개종을 거절하자, 다시 광기에 휩싸여 이전에 실패한 '종교적 가치 실현'을 다시 실행하고자 한다. 아메드는 살인 미수로 인해 보내졌던 보호 시설을 탈출해 '배교자'인 선생님 이네스를 살해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간다. 뒷문이 잠겨 있자, 아메드는 창문을 향해 건물 벽을 오른다. 발을 헛디딘 아메드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종교적 가치 실현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 했던 아메드가 추락의 고통에 신음하며 찾는 것은 신이 아닌 '엄마'이다. 아메드는 가까스로 움직여 도움을 청하고, 달려 나온 선생님 이네스에게 용서를 빈다. 이네스는 아메드를 용서해준다. 오직 맹목적인 종교적 신념으로만 행동하려 했던 소년 아메드의 나약함이 절실히 드러나며 영화는 마무리되고 여운은 길게 남는다.

[영화웹진 코아르CoAR 선민혁 영화전문 에디터, sunpool2@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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