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th JIMF]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 해체와 발견
[16th JIMF]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 해체와 발견
  • 오세준
  • 승인 2020.08.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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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Bamboo Theatre, Hong Kong, 2019, 76분)
감독 '척 청'(Cheuk Cheung)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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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지은 경극장>은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세계 음악영화의 풍경' 섹션 초청작으로, '척 청'(Cheuck Cheung) 감독이 연출했다.

어느 항구.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나무들이 배에 실린다. 카메라는 그렇게 대나무를 여러 각도에서 담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쓰임새일까. 이런 고민도 잠시, 소수의 인부가 옮겨진 대나무들을 이용해 극장을 짓고 있다. 오로지 '끈'만이 대나무를 세우는 유일한 도구다. 빼곡히 격자를 이룬 대나무들이 화면에 채워진다. 카메라는 극장의 안과 밖을 천천히 담는다. 그리고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마스터 샷은, 제목 그대로 '대나무로 지은 경극장'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렇듯 1시간 조금 넘는 영화는 대나무를 이용해 경극장이 지어지는 과정을 10분여 동안 보여준다.

<대나무로 지은 경극장>은 경극장의 구축과 해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다만, 이 영화에는 인터뷰 없이 이미지와 사운드만이 채워진다. 이 영화의 서사는 제목 그대로 '경극장'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의 카메라는 '경극장'이라는 공간을 탐구한다. 경극장을 세우는 '대나무'를 시작으로, 트럭에서 쏟아지는 여러 상자들이 텅 빈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모습과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고사를 지내는 모습 등. 영화의 전개는 예극 '육국대봉상', '가관', '하수선희대송자'와 본극 '백룡관'으로 이어지며, 그 사이사이 의상, 무대, 배우, 감독, 소품 등을 준비하는 모습과 공연을 보러오는 수많은 관객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까지.

 

사진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진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진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진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는 '경극장'을 이렇게 소개한다.

- 대나무 경극장은 홍콩의 중요한 무형 문화유산으로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못을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매년 각지의 전통 축제에 사용하고 유에주(월극)을 상연하여 극은 제물로 바친다.

- 이곳은 신께 제를 올리고 복을 비는 장소다.

- 이곳은 신과 사람이 노는 장소다.

- 극장 설치부터 철거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월극은 보통 극마다 3일에서 7일 공연한다.

- 이곳은 근심을 떨치고 평안을 얻는 장소다.

- 2018년에는 42편의 월극이 상연됐고 각 지자체는 전통에 따라 계속 극장을 짓고 있다.

영화의 공간은 홍콩의 어촌마을 사이쿵을 거쳐 포토이섬에 이른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번의 구축과 해체는 단순히 경극장을 짓고, 또다시 짓는 표면적인 의미만을 함유하지 않는다. 영화는 경극장을 짓는 모습, 공연이 완성되는 과정, 그 안에 무대가 마련되고, 배우가 공연을 준비하는 순간과 관객들이 채워지는 순간 등 이미지를 쌓아 올려가는 방식이다. '경극장의 구축'에는 두 대나무를 끈으로 엮는 세밀한 장면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끝없이 이미지를 축적시킨다. 이같은 방식은 경극장을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혈관을 타고 몸속을 순환하는 무수히 많은 세포들처럼 경극장 안에서 수많은 다양한 움직임들이 채워진다.

이처럼 이미지는 영화를 채우는 것과 경극장을 한 면씩 해체한 결과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를 가진다. 재밌게도 카메라가 담아낸 이미지 하나로 공간(완성된 경극장) 안에 또 다른 공간을 창출해낸다. 경극장 안 장소의 구분은 '이미지의 쓸모'에 따른 결과물이다. 똑같은 모습을 한 상자들 중에서 어떤 상자는 화장대가 되고, 어떤 상자는 서랍이나 책상이 되는 것처럼. 어떤 공간은 배우들이 채워지고, 어떤 공간은 무대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어떤 공간은 관객들이 향을 피우며 소망피우는 자리로 숏들이 이어지는데, 이는 '경극장의 공간성'을 이미지로 해체하여 탐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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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청 감독은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계기에 대해서 “시대가 급변해 전통문화가 빨리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카메라가 무대 안팎을 오가며 전통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을 담아내면 그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일을 하는구나'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극뿐만 아니라 경극장, 무대 안팎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그래서다”라고 답한다. [<'홍콩아시안영화제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 척청 감독 - 인터뷰가 없더라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 씨네21 인터뷰, 2019.11.21]

다큐멘터리는 말 그대로 '기록영화'다. <대나무로 엮은 경극장>은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기록한다. 동시에 전통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그 기록을 선물한다. 여기서 스크린은 경극장의 전통을 보존하고, 관객은 경극장의 전통이라는 기록과 기록된 존재를 관찰하고 기억한다. 이 영화가 가지는 구축과 해체의 반복에 끝에는 경극장에 전통을 스크린 위에 살려내는 데 있다.

한편, 척 청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56회 금마장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제39회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의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19년에는 홍콩영화감독조합의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홍콩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추천영화상을 받았다.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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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영화전문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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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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