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마담' 도대체 하와이 여행이 뭐길래?
'오케이 마담' 도대체 하와이 여행이 뭐길래?
  • 오세준
  • 승인 2020.08.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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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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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얼굴에는 마스크, 연일 쏟아지는 비로 손에는 우산. 더위를 참아내는 것도 힘든데, 외출할 때면 뭐가 이리도 챙겨야 할 것이 많은지. 또 뉴스에는 연일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좀비를 피해 도로 위를 질주하는 카체이싱(반도)도,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잠수함(강철비2)도, 두 남자의 무자비한 복수극(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재미'는 줄 수 있을지언정 '웃음'은 주지 못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깔깔거리는 웃음'이다. 그리고 극장의 웃음 맛집은 역시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매일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과 컴퓨터 수리전문가 '석환'(박성웅) 부부는 딸 '나리'(정수빈)와 갑작스럽게 '하와이 여행'을 떠난다. 이유는 한 건강음료 이벤트에 당첨됐기 때문. 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함께 오는 법. 하필 탈북자 '목련화'가 미영네 가족의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정보를 들은 북한군 비밀 요원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같은 비행기에 오른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미영네 가족의 첫 동반 해외여행이 산산조각 난다. 이처럼 <오케이 마담>은 테러리스트의 습격으로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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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영화는 해피엔딩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오케이 마담>은 굉장히 '합'을 잘 맞춘 공개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영네 가족, 북한 비밀 요원들뿐만 아니라 첩보 요원이 꿈인 항공사 신입 승무원(배정남)과 시종일관 그를 혼내는 사무장(김혜은), 원정출산을 떠나는 시어머니(전수경)와 며느리(박소리), 몰래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는 유명한 액션배우 안세나(이선빈)와 그녀의 애인인 영화감독(임현성), 자신의 유명세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안하무인 국회의원(김병옥)까지. 주인공들과 함께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분명 그만큼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반전이라 불릴)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북한군이 찾는 목련화는 알고 보니 '미영'이었고, 여기에 신분을 속이기 위해 성형을 한 '미영'의 '과거 얼굴'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유명 액션 배우 안세나와 똑같았다는 설정부터, 미영의 남편인 석환이 국정원 출신으로 밝혀지는 순간과 또 북한 비밀 요원들의 리더인 철승(이상윤)이 부하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승객으로 위장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북한군 북극성이 다시 한번 테러를 일으키는 순간에 이르는 전개는 빠른 호흡으로 움직인다.

이 흐름 안에는 코미디‧액션‧첩보‧로맨스‧탈출‧가족 등 마치 갖은 토핑이 아낌없이 들어간 콤비네이션 피자처럼 맛있게 어우러진다. 이같이 사건과 인물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연출은 같은 해 개봉한 <히트맨>(2019)이나 <정직한 후보>(2019)가 저지른 '감동을 조성하기 위한 클리셰'(억지스러움)의 반복과 늘어짐을 피한다. 더욱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웹툰 작가 '준'이 갑자기 딸을 구해야 하는 황당함(히트맨)이나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펼치는 자가 복제식 레퍼토리의 피로감(정직한 후보)은 적어도 <오케이 마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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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감독이 관객들이 예측할 수 없도록 영화를 설계했다기보다는, 관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인식해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느껴진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의 '코믹'은 '여러 계략들의 상호작용에 따른 사건의 진행'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또 사회비판적인 코미디의 면모도 느껴진다. 이를테면 북한군 비밀조직원들을 미행하던 국정원 요원은 고소공포증으로 약을 먹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잠을 자는 모습이나, 비행기 테러의 원인이 모두 '미영' 탓이라며 승객들을 선동하려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통해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작품성 측면에서 <오케이 마담>이 지난해 흥행작인 <극한직업>이나 <엑시트>를 연상케 할 만큼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많은 등장 인물만큼이나 물리는 대사, 클리셰에 따른 진부함과 뻔함, 또 진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가 보여준 '과잉'에서 다소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저렴한 이미지들이 꾸역꾸역 뭉쳐서 관객을 웃겨보겠다고 발악을 하는 꼴이 아닌 저렴한 이미지들이 각자 나름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분에서 <오케이 마담>은 충분히 볼만하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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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코미디는 권선징악이고, 해피엔딩이다. 그러기 위해선 갈등구조는 당연히 '화해'로 풀리기 마련. 결국, '행복의 플롯'으로 끝나는 것이 '희극'이다.

오히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하와이 여행'이 도대체 뭐길래? 미영네 가족은 해외여행 한번 가기 힘든 것인지, 이뿐이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뭔 죄가 있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정답은 뻔하다. 관객 좀 웃겨보겠다고 벌인 소동극이지 않은가. 양팔을 가슴 앞에 교차시킨 팔짱과 매 같은 날카로운 눈초리는 곧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2020)에게 양보하자. <오케이 마담>을 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오로지 맥주 한 캔과 팝콘 라지사이즈 뿐이다. 아! 손소독과 마스크는 필수.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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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영화전문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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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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