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와 넷플릭스를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드라마를 정주행이 장기라 본전을 뽑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 많은 이들이 요금만 버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코아르CoAR'가 준비했다. 결제 금액이 아깝지 않도록 왓챠와 넷플릭스 이용하기. 코아르CoAR 영화전문 필진이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뻔하지 않은.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제 월마다 제대로 즐기자. 첫 추천 리스트는 출퇴근 시간과 잠들기 전을 알차게 채울 장르물이다. 웃으면서 출근하자.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One Cut of the Dead> 우에다 신이치로 Shinichiro Ueda|2017
"좀비 영화를 촬영하는 중간에 진짜 좀비가 출현한다면?"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일본 내 100만 흥행을 이루었다. 단 1개 관으로 시작해서 이루어낸 쾌거는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 관한 어떤 내용도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지는 않겠다. 95분 동안 열심히 달리는 이 영화를 보면 관객은 웃음뿐 아니라 모종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 자부한다. 참고로 2019년 미국에서 리메이크하겠다고 밝혔으니 고대해보자.
<파괴지왕 Love On Delivery> 이력지 Lik-Chi Lee | 1994
주성치가 무술을 연마해서 사랑을 지킨다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재미있는 이유는 왜일까. 마치 아는 맛이지만 그래서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 주연 배우 주성치. 더는 말이 필요 없다. 개연성과 맥락은 잠시 놓아두자. 그건 주성치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 직장 혹은 학교를 마치고 잠들기 전 마음껏 웃고 싶다면 역시 주성치다.
<유전 Hereditary> 아리 에스터 Ari Aster | 2018
주인공 ‘애니’는 집에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이웃 ‘조앤’을 통해 다른 비밀들이 드러나게 된다. <미드 소마>(2019)는 멋진 공포 영화였다. 그 이전에 <유전>이 있었다. 아리 애스터의 장편 데뷔작 <유전>은 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 아리 애스터는 한 줄기 희망이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끽해보자.
<고스트 독 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짐 자무쉬 Jim Jarmusch | 1999
뉴욕의 암살자 고스트 독. 삼류 마피아의 하수인으로 살면서 충성을 다한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 후, 고스트 독과 마피아의 관계는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짐 자무쉬의 장르를 알 수 없는 장르물이다. 그가 본 동양의 양화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 영화는 정말 특이하다. 갱스터, 범죄의 탈을 쓴 짐 자무쉬라는 장르를 즐길 좋은 영화이다. 그의 최신작 <데드 돈 다이>가 어려웠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모두가 초능력자 The Virgin Psychics> 소노 시온 Sono Sion | 2015
텔레파시, 염력, 예지력, 등 초능력을 가지게 된 모태 솔로들이 모인다. 반면 세상을 에로티시즘으로 물들이려는 악의 초능력자 무리들. 모태 솔로들과 악의 무리의 어처구니없는 대결을 그린다. ‘소노 시온’이라는 감독을 모른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최소한 다른 영화로 그에게 입문해야 한다. 심지어 이 영화는 소노시온을 좋아하는 팬들조차도 욕하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천을 하는 이유는 두 개이다. 이 코드와 잘 맞는다면 당신은 그 어떤 영화라도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머리를 비우고 보면 재미있다. 만약 재미가 없다면 머리를 비우지 않고 보았을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당부한다. 머리를 비우고 보자.
<익사일 Exiled> 두기봉 Johnnie To | 2006
조직을 배신한 주인공과 생사를 함께하는 죽마고우 넷. 이 다섯에게 벌어지는 운명적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기가 막힌 누아르이다.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가 죽어버린 2006년 두기봉은 자신만의 홍콩 누아르를 만들어낸다. 조직, 우정, 의리. 고루한 주제를 이토록 멋지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확실한 재미는 물론 영화적 카타르시스 또한 가득하다. 베스트 추천!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