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아메드' 소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소년 아메드' 소년을 변화시키는 것은…
  • 선민혁
  • 승인 2020.08.0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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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광기에 빠져버린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 ⓒ 영화사 진진

 

<소년 아메드>의 주인공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종교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다. 자신의 종교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며 그에게 종교적 행위는 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학교의 선생님보다는 모스크의 성직자를 더 신뢰하는 아메드는 극단적인 종교적 가치 실현 행위를 하느라 죽은 사촌을 순교자라고 생각하여 동경한다. 이러한 지나친 독실함 때문에 아메드는 가족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메드의 가족들은 아메드 만큼이나 종교에 몰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생활의 효율이나 일반적인 상식이 종교적 원칙과 대립할 때,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타협을 선택한 적당히 독실한 사람들, 혹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메드에게 적(敵)이다.

아메드의 학교선생님인 '이네스'(메리엄 아카디우)는 꽤나 직업의식이 뛰어난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그녀는 종교에 지나치게 빠져버린 이후 자신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아메드에게 관심을 버리지 않으며, 그를 보호하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또한 효율적인 교수법을 연구하는 일에도 충실한 이네스는 학생들에게 노래를 통해 아랍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아메드가 다니는 모스크의 지도자 이맘(오스만 모먼)과 아메드가 가진 논리에 의하면 이것은 신성모독이다.

 

사진 ⓒ 영화사 진진
사진 ⓒ 영화사 진진

아메드는 '배교자'인 이네스를 살해함으로써 동경하는 사촌처럼 '종교적 가치'를 실현하기로 한다.아메드는 양말 속에 칼을 숨기고 이네스의 집을 찾아가지만 고작 열세살인 그의 '종교적 가치 실현'은 실패한다.

도망쳐 나온 아메드는 자신을 숨겨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맘을 찾아가지만 이맘은 사건에 엮이는 것을 두려워하며 아메드에게 경찰에 자수하라고 한다. 그의 요구대로 자수한 아메드는 소년 교정 시설로 보내진다.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일반적인 소년원을 떠올린 나는 아메드가 정글과도 같은 그곳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어 소년범들과 관리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예상하였으나 <소년 아메드>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아메드가 생활하게 된 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은 아메드의 기도 시간을 보장해주었으며 그의 종교를 존중하였고 그의 지나친 몰입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역을 나간 농장의 사람들은 아메드가 그들이 너무 친절해서 싫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소년범인 그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종교적 원칙과 어긋나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아메드에게 비난 받곤 했던 아메드의 엄마(클레어 보드손)도 아메드를 보러 자주 면회를 왔으며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인 선생님 이네스는 아메드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소년' 아메드를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메드의 주변 사람들은 미성숙한 그를 변함없이 사랑했으며 그가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을 돕고자 했다.

 

사진 ⓒ 영화사 진진

농장 사역 활동을 하던 중 아메드는 농장의 또래 소녀 루이즈(빅토리아 블록)와 교감하며 이성에 대한 사랑을 처음 경험하기도 한다. 아메드는 서서히 변화한다. 종교적 원칙에 어긋나는 일과 타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했던 기도 시간마저 생략하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

아메드의 과도한 종교적 몰입이 서서히 깨지고 있던 중 아메드는 루이즈와 키스하는 완전한 배교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불안감에 휩싸인 아메드는 죄의 무거움을 줄이기 위하여 루이즈에게 자신이 믿는 종교를 믿을 것을 권유한다. 루이즈가 거절하자 아메드는 다시 광기에 휩싸여 이전에 실패한 '종교적 가치 실현'을 다시 행하고자 보호 시설을 탈출한다. 선생님 이네스를 살해하기 위해 학교에 몰래 침입하던 중, 아메드는 추락하여 크게 다치고 만다.

 

사진 ⓒ 영화사 진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친 몸으로 아메드는 '신'이 아닌 '엄마'를 신음하며 부른다. 아메드를 발견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온 선생님 이네스에게 아메드는 울먹이며 용서를 빈다. 이네스의 용서와 도움을 받는 장면으로 <소년 아메드>는 마무리된다.

<소년 아메드>에서 다르덴 형제는 우리에게 아메드가 어쩌다가 광기에 중독되어 버린 것인지를 이야기해주진 않지만, 무엇이 '미성숙한 소년'인 그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주는지는 보여준다. 나약한 자아가 어쩌다 빠진 광기에 필요한 약은 '사랑'일 지도 모른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

 

사진ⓒ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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