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발레리 밀레프' (Valeri MILEV)
<저스티스의 총알을 받아라>는 제24회 부천국제영화제 금지구역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발레리 밀레프'(Valeri MILEV) 감독이 연출했다.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꽃은 '금지구역'이다. 나는 부천 초이스 보다 금지구역을 더 좋아한다. 아주 강력하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 수위의 영화들의 모임이 바로 금지구역이다. 올해는 4개의 영화가 금지구역으로 선정되었다. <저스티스의 총알을 받아라>, <성의 극약>, <VFW>, <냠냠>이 그 리스트이다. 그중 필자가 앞서 글을 쓴 영화 <냠냠>과 함께 <저스티스의 총알을 받아라>가 베스트였다.
심지어 이 <저스티스...>는 이전에 <인간지네 The Human Centipede>(톰 식스, 2009)를 발굴해 낸 박진형 프로그래머다. 더욱이 이 작품은 <인간지네>(참고로 필자는 차마 끝까지 볼 수 없었다)의 뒤를 이을 강력한 한방이 있다. 시놉시스부터 강력하다.
세계 3차 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은 돼지와 인간을 결함한 군대를 만들어낸다. 이름하여 '베이컨 부대'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이 괴물들(고여 영화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은 인간 세계를 박살내기 시작한다. 이 괴물들은 '머즐'이라는 이름이라고 불린다. 머즐은 인간을 사육하며 먹이로 삼게 되고 거기에 저항하는 인간 저항군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지하 핵 벙커 속에서 머즐의 비밀을 캐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끔찍할 정도의 고어와 성적 가학을 전시한다. 화면에 난무하는 내장과 피 그리고 비명과 신음은 관객을 간접 고통의 끝까지 몰고 나간다. 이 때 소수의 관객은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고어 매니아가 그들이다. 이들은 머즐이 인간을 괴롭힐 때 모종의 쾌감을 느낀다. 자신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그 반복되는 마조히즘적 쾌감은 압박하는 듯 관객의 목을 조른다. 이 목조름은 무엇인가. 자신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지를 알면서도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 마음은 죽음 충동과 가깝지 않을까.
프로이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설명하기 위해 꺼내들었던 그 죽음 충동은 고어, 트레셔 영화 매니아와 접점이 있다. 프로이트가 쾌락 원리보다 더 기본적이며 충동적이라고 설명한 '죽음 충동'말이다. 이 끔찍한 영화를 찾는 이들은 '자기 보존 욕구'보다 강력한 죽음 충동을 요구한다. <저스티스...>는 거기에 딱 알맞은 영화이다. 안온한 영화관에서 앉아 스크린 속 공포를 맛보는 그 행위야 말로 죽음 충동을 요구하지만 현실에서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정도를 정확하게 지키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기에 장난스런 설정 하나를 끼워 넣었다. 세계 3차 대전과 미국의 실험 그리고 돼지. 이 코드를 하나로 묶어보면 탐욕스런 미국의 행위가 낳은 전쟁의 후기 세계는 '이곳'이라는 문장이 성립하게 된다. 저예산 디스토피아인 동시에 걸출한 시각적 고어를 완성시킨 발레리 밀레프 감독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스플래터 코미디의 농도가 더욱 진해진 괴작의 모습을 내년 부천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