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AN] '괴짜들의 로맨스' 괴짜들이 그리는 보통의 연애
[24th BIFAN] '괴짜들의 로맨스' 괴짜들이 그리는 보통의 연애
  • 선민혁
  • 승인 2020.07.18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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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짜들의 로맨스'(I WeirDo, Taiwan, 2020, 102분)
감독 '랴오밍이'(LIAO Mingyi)
사진 ⓒ 중국 영화 검색 사이트 '電影神搜'
사진 ⓒ 중국 영화 검색 사이트 '電影神搜'

 

 <괴짜들의 로맨스>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섹션 초청작으로, 랴오밍이(LIAO Mingyi) 감독이 연출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에 제작자이자 편집감독으로 참여한 '랴오밍이' 감독의 데뷔작인 <괴짜들의 로맨스>는 아이폰XS로 촬영되었다. 정사각형의 화면비율과 원색적인 색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물들의 의상은 관객들에게 비주얼적인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천바이칭'(Austin Lin)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천바이칭은 강박증을 앓고 있다. 세균이 손에 묻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는 그는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 데에 집착하며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만 생필품 구입을 위해 우비와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끼고 외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자신과 똑같이 우비와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끼고 쇼핑을 하고 있는 여자 천징(Nikki Hsieh)을 발견한다.

 

사진 ⓒ 電影神搜
사진 ⓒ 중국 영화 검색 사이트 '電影神搜'

천징 역시 천바이칭처럼 비슷한 증상의 강박증을 앓고 있었다. 둘은 공통점을 가진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들이 평생을 단점으로 가지고 있던 강박증은 둘의 관계에서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둘 다 강박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청소 등 강박증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강박증 걸릴 권리'를 왜 박탈해요?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강박증'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데다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각자의 능력이 있던 둘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금의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러던 중 천바이칭의 강박증이 우연한 계기로 치료된다. 치료가 되는 순간 강박증처럼 정사각형을 유지하던 화면도 꽉 찬 화면으로 바뀐다. 그런데 천바이칭의 예상과는 달리 천징은 그의 완치를 기뻐하지 않는다. 공통점이었던 강박증이 그에게서 사라짐에 따라 그의 마음도 변할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초조해 한다. 천징은 천바이칭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의사에게 천바이칭의 강박증이 다시 생기게 해달라고 하기까지 하며 무속인의 힘을 빌리려고도 한다. 결국 천바이칭의 강박증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는 천징에게 강박증이 돌아오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천징의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된다. 천징은 강박증이 사라진 천바이칭이 한달에 한 번 이상으로 외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등 외출할 구실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천바이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잦은 외출을 원하고 결국엔 출판사에 취직하여 매일 출근을 하게 된다. 천징은 점점 그와 멀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강박증이 사라진 천바이칭을 집에만 있게 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던 천바이칭은 결국 변하게 된다. 천바이칭과 천징이 앓던 강박증은 둘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이었으나 강박증이 한 사람에게서 완전히 사라진 후, 그것은 관계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버렸다. 천바이칭과 천징에게 강박증이 더 이상 공통점도, 장점도 아닐 때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어떤 장점을 발견하고, 그 장점이 나에게 꼭 맞다고 여기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내가 발견했던 그 장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방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끝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미 이러한 경험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더라도 우리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괴짜들의 로맨스>는 연인 관계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강박증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놓인 연인의 이야기를 일반적인 연인들의 이야기로 점차 확대해 나가는 전개가 흥미롭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

 

사진 ⓒ 감독 '
사진 ⓒ 중국 영화 검색 사이트 '電影神搜'

[코아르CoAR 선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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