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라스 다모아쥬'(Lars DAMOISEAUX)
<냠냠>은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지구역' 섹션 초청작으로 '라스 다모아쥬'(Lars DAMOISEAUX) 감독이 연출했다.
좀비는 그 자체로 장르이다. 특히 좀비 영화만 찾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서브 장르에 있어서 좀비는 위상이 높다. 이 '살아있는 시체'는 어떤 바리에이션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성향이 달라진다. 먼저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스펙터클과 스케일을 만나면 <월드워Z>(마크 포스터, 2013)가 된다. 코미디를 만나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드가 라이트, 2004)가 된다. 장르의 변주를 만나게 되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된다. 심지어 로맨스를 만나게 되면 <웜 바디스>(조나단 레빈, 2013)가 된다. 더 이상 나열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번 부천에서 만난 영화 <냠냠>은 어디에 속할까.
<냠냠>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알리슨'(Maaike Neuville)은 큰 가슴이 콤플렉스이다. 그녀는 가슴 축소수술을 받기 위해 남자친구인 '미카엘'(Bart Hollanders) 그리고 모친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어딘가 수상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는 찰나 병원 어딘가에서 좀비가 출현한다. 좀비는 순식간에 불어나 게 되고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병원이곳 저곳을 뛰어다닌다.
시나리오를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좀비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서사보다는 영상에 있다. 고어를 표방하기에 피가 튀기고 역겨운 장면이 연속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과장된 내장 묘사로 관객을 질리게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장이 길게 꼬여 움직이지 못하는 좀비를 보여줌으로서 유머를 전달하기도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되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감독은 장르 스페셜리스트라기 보단 장르의 이해가 높은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병원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특별하게 풀어간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병원의 특성을 살리는 재료인 약물, 비밀 실험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영화를 풀어간다는 점은 재미있다. 특히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려는 시도 같은 것 또한 B급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특히 미카엘이 의과 중퇴생이라는 설정과 그의 성격이 전형적인 너드인 점은 B급 영화의 색을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틀이다.
이 병원이라는 설정을 파고 들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되는 병원은 성형외과이다. 하지만 이 곳은 신체훼손이 가장 환영받는 곳이다. 이곳은 재생의 의미가 아닌 절단과 인조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얻고자 (주인공 알리슨은 큰 가슴 때문에 노골적인 희롱을 당한다. 그리고 그의 모친은 성형 중독으로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을 딸에게 강제한다)하는 인물들에게 시련을 제공한다.
알리슨은 좀비로 변해버린 모친의 머리를 손수 '박살'내며 그동안 쌓인 분노를 해결한다. 그녀는 그 분노를 통해 자신의 무거운 가슴처럼 덜어냈다. 그리고 영화 중반까지 남자친구와 소원해졌던 관계가 후반으로 갈수록 회복한다. 이 관계의 '재생'은 두 인물이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영화는 최후에 두 인물을 살려서 병원 밖으로 보낸다.
하지만 감독은 짖굳은 장난을 친다. 남자친구의 외견을 좀비와 같은 상황으로 끌고간 뒤, 알리슨이 직접 미카엘을 죽이도록 유도한다. 차 사고로 인한 이 죽음은 두 인물 모두 죽음으로 끝난다. 그 어떤 교훈적 내용도, 전달하려는 의미도 없다. 이것은 말그대로 '스낵 무비'. B급 영화이다.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한 이 영화 <냠냠>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라는 이름에 들어맞는 영화이다. 한 마디로 닉 값하는 영화이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