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AN]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 충분히 매력적인 영웅서사
[24th BIFAN]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 충분히 매력적인 영웅서사
  • 선민혁
  • 승인 2020.07.12 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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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Gundala, Indonesia, 2019, 120분)
감독 '조코 안와르(Joko ANWAR)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은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섹션 초청작으로 조코 안와르(Joko ANWAR)감독이 연출했다.

<포비든 도어>(2009)로 2009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사탄의 숭배자>(2017)로 인도네시아 역대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인도네시아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조코 안와르의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은 1969년 창작된 하랴 하스미의 만화캐릭터 '군달라'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로 히어로물의 형식을 띄고 있다.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은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와 곳곳에서 느껴지는 클리셰라는 히어로물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주인공 '산차카'(Abimana Aryasatya)의 아버지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운동을 하던 중 자본을 이용한 고용주의 계략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이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난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아 산차카는 고아가 되어버렸고 거리를 전전하게 된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친분을 쌓은 아왕에게 무예를 배운 산차카는 꽤 강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성인이 된 산차카는 어린 시절 들었던 아왕의 충고대로 타인의 어려움이나 불의에는 참견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이웃의 가족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을 돕게 된다. 이후 산차카는 그들을 통해 도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 시민들이 불의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자신이 번개를 흡수하여 초인적인 에너지를 얻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여태까지 살아온 대로 나의 안전만을 추구할 것인지, 도시의 영웅이 될 것인지.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도시에 불의가 넘치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부패한 권력 때문이었다. 영화의 빌런인 '펭코르'(Bront Palarae)는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도록 하였다. 빌런 펭코르는 산차카 만큼이나 흥미로운 서사를 가지고 있다. 농장주였던 그의 아버지는 농장 노동자의 모함으로 인해 죽게 되었고 펭코르는 얼굴 반쪽에 화상을 입은 채 죽은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삼촌에 의해 악명 높은 보육원에 맡겨진다. 보육원에서 학대를 당하던 고아들과 반란을 일으켜 보육원을 장악한 펭코르는 아버지의 재산을 되찾는다. 펭코르는 되찾은 아버지의 재산으로 다른 고아들에게 원하는 교육을 시켜주었고 그들은 펭코르의 심복이 된다.

산차카와 펭코르는 둘 다 고아 출신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산차카가 번개를 흡수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면, 펭코르는 사람을 다루는 비범한 능력과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는 방향이 서로 반대되는 이들은 대립하게 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취하고 있고, 적지 않은 클리셰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디테일한 서사를 가진 히어로와 빌런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주요한 두 인물의 서사가 디테일하기에 그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생기고, 그들이 살아온 세계가 가상이 아닌 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현실의 문제를 밀착하여 파헤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영화에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사회의 노동문제와 빈부격차문제에 대한 시선이 존재한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시선은 관객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들며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은 인도네시아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라고도 할 수 있는 '부미랑잇시네마틱유니버스'의 시리즈 시작을 알리는 영화 답게 속편을 위한 여지들을 남겨두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새로운 빌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부활되었고 초인적인 힘을 지닌 또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전개는 다소 뻔하지만 현실을 다루는 방법,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오는 특유의 유머, 디테일한 인물 서사 등 묘한 매력이 있기에 속편이 기대되며 부미랑잇시네마틱유니버스의 세계관이 앞으로 어떻게 구축될 것인가 또한 궁금하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

 

사진 ⓒ IMDb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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