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마르가리타의 선율> "음악은 나아갈 뿐 돌아오지 않는다"
[21th JIFF] <마르가리타의 선율> "음악은 나아갈 뿐 돌아오지 않는다"
  • 김수진
  • 승인 2020.06.19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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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르가리타의 선율’(Medium, 아르헨티나, 2020, 70분)
감독 ‘에드가르도 코사린스키 ’(Edgardo COZARINSKY)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마르가리타의 선율>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 초청작으로, '에드가르도 코사린스키'(Edgardo COZARINSKY)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93세 피아니스트 마르가리타 페르난데스의 현재를 비추고 이를 통해 그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유명 아티스트의 말년은 어떨까. 대중의 단순한 호기심에 기인해 시작한 영화 같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프닝 시퀀스는 한 곡의 브람스 연주로 시작된다. 연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긴 호흡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어떠한 장면의 전환도, 장치도 없다. 연주의 처음과 끝이 고스란히 프레임에 담긴다. 마르가리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다.

영화는 마르가리타의 삶 전부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고, 핵심만 전달한다. 예술가와 예술이라는 관계에 기반하여 회고록과도 같은 톤앤매너로 그의 현재를 묵묵히 따른다. 그가 어느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 이야기하고, 무엇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지. 카메라는 그의 등 뒤에서 자취를 따르며 촬영 시기보다 더욱 깊은 과거를 들여다본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음악과 예술의 반향, 특정 연주에 대한 기억, 70년대 퍼포먼스 푸티지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아방가르드 역사와 그가 만나는 지점들 보여준다. 이 때문에 브람스 연주 이후 등장하는 신들은 주목할만하다. 흐르는 '강물'과 거대한 '리좀'(가지가 흙에 닿아서 뿌리로 변화하는 지피식물들)을 지닌 나무 '형상'. 이는 다사다난했던 예술의 역사와 숱하게 맞닿고 변모해온 아티스트의 인생을 은유적으로 잘 담아낸다.

철학가 질 들뢰즈는 흔적, 주름, 그리고 '리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일생은 '우연한 마주침'의 흔적들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중 예술가와 예술, 마르가리타와 피아노는 우연히 연결되어 서로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아장스망'으로 존재한다. 그는 피아노를 만나 93세 현재와 같은 '리좀'을 지니게 되었다. 당연히 그의 '리좀'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들뢰즈는 이렇게 말한다. "'리좀'은 출발하지도 끝에 이르지도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는 '사이' 존재이고 간주곡이다. (...) 리좀에는 '...와(and) ....와 ....와 ....'라는 접속사만 존재한다.(『천 개의 고원-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결국 영화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숱한 '우연한 만남'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증명하듯 보여준다. 강물 같은 (개인과 사회의) 역사의 흐름속에서, 어느 덧 93세 인생을 살고 있는 예술가 마르가리타. 그는 ”음악은 나아갈 뿐 돌아오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삶도, 예술가는 아니지만 '...와 ...와 ....와 ....'로 이뤄진 예술 같은 삶을 꾸려 왔음을, 그리고 앞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려갈 것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욕망은 가진 것을 욕심껏 키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열정임을. 오늘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노년의 예술가를 통해 은유한다.

한편, 에드가르도 코사린스키 감독은 작가로도 활동하며, 그의 장·단편 소설은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첫 번째 소설인 단편 『Urban voodoo』는 만장일치로 찬사를 받았다. 영화 연출작으로는 <선셋 불바르 Sunset Boulevards>(1992), <시티즌 랑글루아 Citizen Langlois>(1995), <로트실트의 바이올린 Rothschild´s Violin>(1996), <욕망의 탱고 Tango Desire>(2002) 등이 있다.

 

사진 ⓒ 베를린국제영화제
사진 ⓒ 베를린국제영화제

[코아르CoAR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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