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죽음의 무도, 해골 그리고 환상들> 형상, 부재 그리고 대체
[21th JIFF] <죽음의 무도, 해골 그리고 환상들> 형상, 부재 그리고 대체
  • 김수진
  • 승인 2020.06.16 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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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음의 무도, 해골 그리고 환상들'(Danses Macabres, Skeletons, And Other Fantasies, 프랑스 외, 2019, 110분)
감독 '피에르 레온, 히타 아세베두 고미스, 장 루이 쉐퍼'(Pierre LÉON, Rita AZEVEDO GOMES, Jean Louis SCHEFER)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죽음의 무도, 해골 그리고 환상들>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 초청작으로, '피에르 레온, 히타 아세베두 고미스, 장 루이 쉐퍼'(Pierre LÉON, Rita AZEVEDO GOMES, Jean Louis SCHEFER) 감독이 연출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모티프인 '죽음의 무도'는 유럽의 15세기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한 도상이기도 했다. 이후 생상스, 리스트, 오네게르 등의 작곡가들은 이를 주제로 곡을 만들었다. 1901년 스웨덴의 극작가 스트린드베리는 무덤에서 나온 해골이 손을 잡고 윤무하는 모습을 담은 희곡으로 이를 변용시킨다.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향을 끼친 '죽음의 무도'라는 형상에 대해 사유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예술·영화평론가 장 루이 세퍼의 도슨트 같은 해설이 주가 된다. 일찍이 그의 저서 『영화의 보통인간』(1980) 등을 통해 영화에 대한 '형상 분석'을 제시한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형상에 대한 진지한 가설을 내놓는다.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던 중세의 유럽. 이때 사람들은 민간 신앙의 일종으로 교회 묘지에서 신들린 춤을 추며 죽은 사람들과 교감하려 하였다.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과 함께 죽음을 환희로 승화시키는 행위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죽음의 무도'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작품의 중추적인 배경이 되었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미술관과 자연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세퍼는 '죽음의 무도'를 경유한 채 부재하는 것을 대체 하는 '형상'의 개념을 설명한다. 유사성과 대체성이 공존하는 '형상'에 대해 일반적인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형상'은 그 어디에도 없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다. 무언가를 재현하고는 있지만 그 실체는 실제 공간에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다. 그리고 '죽음의 무도'는 이를 가장 잘 감각할 수 있는 소재다. 일찍이 라스코 동굴벽화에서도 '형상'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일종의 힘을 가진 '동물의 형상'이 그것이다. 과거 인류가 인간을 대신하여, 실제 동물도 아닌 동물을 '닮았지만 닮지 않은' 형상을 신에게 바쳤다는 추측된 행위를 통해서 예술 속 '형상'의 오래된 역능성을 느껴볼 수 있다.

다시 '죽음의 무도'로 돌아와서. 결국 산자를 데려가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정적인 것들을 재현하는 것이 '형상'이고 '예술'이다. '형상화'란 '다르게 볼 수 있는 모호성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그 당시) 실험적인 성격의 장 르누아르, 루이스 브누엘, 미조구치 겐지,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속 특정 신이 삽입된다. 함께 사용된 쿠르트 바일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청각적 감흥을 더한다. 이는 인간에게 잠재된, 보이지 않는 '죽음 욕동'의 '형상'을 영화라는 시청각 매체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반드시 그것은 재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함께.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결국 '죽음의 무도'는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작으로,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 되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이르게 된다. '바다와 하늘은 언제 갈라졌는가'라고 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물음은 너르게 뻗어있는 수평선이 보이는 발코니를 배경으로 이 영화와 우리 인생의 종착지를 철학적으로 제시한다. 

한편 줄곧 세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의 연출을 맡은 히타 아세베두 고미스 감독은 2019년 제19회 라스팔마스 국제 영화제에서 <포르투갈 여인>으로 골든 레이디 하리마구아다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배우이자 감독 피에르 레온은 <이디엇>(2008), <길라우메우 앤 매직 스펠스>(2007), <에톤네멘트>(2001) 등으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계 러시아 감독이다. 영화는 프랑스와 포르투갈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사진 ⓒ 'Barberousse Films' 페이스북
사진 ⓒ 'Barberousse Films' 페이스북

[코아르 CoAR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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