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21th JIFF]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오세준
  • 승인 2020.06.05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This is Cristina, 칠레, 2019, 83분)
감독 '곤살로 마사'(Gonzalo MAZA)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 극영화' 섹션 초청작으로, '곤살로 마사'(Gonzalo MAZA) 감독이 연출했다.

지난해 멕시코 모렐리아 국제영화제(Morel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9)에서 초연을 시작해, 올해 초 스웨덴 예테보리국제영화제(Goteborg Film Festival, 2020) '뉴 보이즈'(New Voice) 섹션에 초청, 이어 플로리다 마이애미 국제영화제(Miami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0)에서 이베로 아메리카 경쟁부분 노미네이션(HBO Ibero-American Competition), 심사위원 특별상(Jordan Ressler First Feature Award)을 수상한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곤살로 마사'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칠레 출신인 그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 제작자로 활동했으며,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의 영화 4편에 시나리오를 썼다.

'곤살로 마사' 감독이 각본을 쓴 대표작으로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소개된 <크리스마스 Christmas>(2009),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호랑이의 해 The Year of the Tiger>(2011),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글로리아>(2013)와 <판타스틱 우먼>(2017)으로 모두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판타스틱 우먼>으로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또 중남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글로리아>와 <판타스틱 우먼>으로 각각 플래티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내에 개봉한 <글로리아 벨>(2018) 역시 그가 쓴 작품이다.

특히,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올해 초 버라이어티(Variety) 매거진이 발표한 '주목해야 할 라틴 아메리카 영화 10'에 이름을 올렸다. [<10 Latinxs to Watch in 2020>, Variety, 2020.03.04.] 사실 '곤살로 마사' 감독이 이번 작품으로 첫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는 이미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데다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이기에 유명 매체뿐만 아니라 유수의 영화제가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번 신작에서 두드러지는 부분 역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다. 그는 이 방면에는 도가 튼 듯하다. 이런 말 어떨까. '노아 바움벡과 그레타 거윅'의 재능을 균형 있게 합친 듯 다가온다. (이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프란시스 하>(2012)가 떠오르기 때문)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고교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인 '크리스티나'(Mariana Derderián)와 '수사나'(Paloma Salas) 30대에 접어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녀들은 새로운 출발선에 위치해 있다. 크리스티나는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과 별거 중에 있으며, 수사나는 홀로 사는 생활을 청산하고 엄마가 사는 집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재밌게도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순간 그녀의 엄마는 연하남과 두 번째 결혼을 하며, 신혼여행을 떠난다. 둘은 결국 텅 빈 자신의 집(마음)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채워 넣어야 할 선택지에는 오로지 '사랑'만이 존재한다.

수사나는 자신에게 한없이 친절한 친구에게 호감을 품고 있지만, 그녀는 '사랑을 나눈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다. 자신처럼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라는 엄마의 말에 수사나는 "나눌 게 따로 있지. 차라리 질펀하게 한판 하는 게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나아"라고 말할 정도니. 반면에 크리스티나는 전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설령 그 남자가 항상 자기 자랑뿐이며, 이기적이고, 자신을 성적 대상 정도로 생각할지라도. 그녀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사랑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사이가 멀어질 정도로 갈등을 일으켰고, 이 계기로 크게 싸운 뒤 연락을 끊고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간다.

크리스티나와 수사나의 삶을 교차하며 진행하는 영화는, 자기중심적이며 독선적인 남자에게 계속해서 끌려가는 '크리스티나'의 삶에 집중한다. 전남편과 틀어진 그녀는 시나리오나 연극 대본을 쓰는 강의에서 강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이어간다. 그러나 그 역시 전남편과 마찬가지로 예술가인 척 온갖 허세를 부리며, 충동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나쁜남자였던 것이다. 아뿔싸.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그녀는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을 두고 보지 못하고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수사나는 호감을 느꼈던 친구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을 반성하며, 지루하고 쓸쓸한 삶을 이어간다. 결국 마음의 상처를 안고 서로를 찾는 두 사람. 이들은 서로의 우정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삶에서 탈출하기 위한 '변화'를 보여주기 위함일까?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글로리아'가 그러했듯 사랑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자신의 만화에 글을 쓰지 못했던 크리스티나가 자신의 삶을 녹여낸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는 장면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미화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처량한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다른 남자와 임신을 한 상태에서 '전 전남편'과의 이혼 재판에 선 크리스티나.(전남편과는 부부지만, 동거였다) 이 재판에서 수사나는 당당히 자신이 두 사람의 끔찍한 결혼생활을 목격한 증인이자 그녀의 친구라고 말한다.

끔찍한 결혼생활을 참지도, 첫 번째 남편에게 돌아가지도, 임신을 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은 크리스티나. 자신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떠나간 남자를 붙잡고 매달리지 않는 수사나. 좌절과 실패를 통해서 성장을 하는 두 여성, 영화는 한 여성의 삶을 다른 여성으로 껴안은 이야기를 가진다. 특히, 캐릭터들의 뚜렷한 감정선이 돋보인 작품으로,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디테일을 살렸다. '존 카사베티스'와 '짐 자무시'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곤살로 마사' 감독의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는 그만의 흡입력있는 이야기를 흑백 화면에 잘 녹여냈다. 데뷔작이라 믿기지 못할 만큼 완성도를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