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담 올하'(Adam OLHA), '얀 단헬'(Jan DANHEL)
영화 <애니메이션의 연금술사, 얀 슈바크마예르>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 다큐멘터리' 섹션 초청작으로 아담 올하(Adam OLHA), 얀 단헬(Jan DANHEL) 감독이 연출했다.
체코 공영방송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연출했고, 포컬인터내셔널어워드, 타트라반카프라이즈 영크리에이터상을 받은 아담 '올하' 감독과, 체코와 슬로바키아 초현실주의자 그룹 멤버로 영화 편집자, 사진작가, 영화 제작자이며 FAMU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얀 단헬'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의 연금술사, 얀 슈바크마예르>는 체코의 예술가 '얀 슈반크마예르'라는 인물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2020(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IFFR)에 초청됐다.
초현실주의로 설명되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거장 예술가가 된 '얀 슈바크마예르'는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터, 인형 제작자로서 테리 길리엄과 퀘이 형제 등 후배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64년 <마지막 속임수 The Last Trick>부터 2018년 <벌레 Insect>까지 34편의 장·단편을 창작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는데, <애니메이션의 연금술사, 얀 슈바크마예르>는 <벌레>를 연출한 뒤 기획되었다.
카메라 앞에 선 얀 슈바크마예르가 본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미리 봤다며 영화에 노인들만 출연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예술가로서의 얀 슈바크마예르와 한 인간으로서의 얀 슈바크마예르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의 얀 슈바크마예르
영화는 얀 슈바크마예르,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한 동료들, 평생의 동반자인 세상을 떠난 아내 에바의 인터뷰로 전개되며 1988년 제작된 대표작 <앨리스 Alice>를 포함한 얀 슈바크마예르의 작품들을 편집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예술관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인터뷰를 보여줌과 동시에 작품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삽입하고, 인물의 일상이나 활동을 담은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영화 내내 인터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만 이는 다양한 장면들과 효과적으로 겹쳐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탁월한 편집으로 그가 가진 예술에 대한 생각과 태도, 영감을 얻는 과정, 인간 본성과 문명에 대한 견해를 풀어내는 이 영화는 얀 슈바크마예르라는 인물을 잘 모르는 관객도 그가 어떤 예술가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얀 슈바크마예르라는 인물이 가진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초현실주의라는 작품세계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중요시하고, 사물의 질감을 이용에 영화 안에 촉각을 만드는 시도를 하는 그의 예술관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으로의 얀 슈바크마예르
영화는 예술가로서의 얀 슈바크마예르 뿐만 아니라, 인간 얀 슈바크마예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일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거장 예술가의 열정과 고집스러울 정도로 확고한 예술관을 보여주면서도 그가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들도 포착한다. 이는 그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관객들은 영화로부터 그가 살아온 삶의 역사, 취향, 가치관을 들을 수 있으며 얀 슈바크마예르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얀 슈바크마예르와 그의 동료들이 들려주는 체코식 유머는 덤이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