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소피아 보흐다노피치'(Sofia BOHDANOWICZ), '데라 캠벨'(Deragh CAMPBELL)
영화 <MS 슬라빅 7>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 극영화'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소피아 보흐다노피치'(Sofia BOHDANOWICZ), '데라 캠벨'(Deragh CAMPBELL)감독이 연출했다.
하버드대 호턴 도서관에 편지 25통이 보관돼 있다. 폴란드 시인인 '조피아 보흐다노비초바'가 폴란드 작가 '요제프 비틀린'에게 보낸 것이다. 둘은 2차 대전 때 고국에서 추방돼 조피아는 웨일스 이후 캐나다로 갔고 요제프는 뉴욕에 살았다. 편지 날짜는 1957년부터 1964까지다. 이 편지들은 'MS 슬라빅 7'이라는 분류 번호로 보관돼 있다. 그리고 '오드리'는 자신의 전시를 위해서 이 편지들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영화 <MS 슬라빅 7>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서 상영되는 <13,000 피트의 앤>(2019)에서 주연을 맡은 데라 캠벨이 주연한 것은 물론, '소피아 보흐다노비치' 감독과 공동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주인공 '오드리'는 '조피아 보흐다노비초바'의 손녀이다. '조피아'의 작품을 관리하던 '마리아'가 유언으로 요제프에게 쓴 편지들의 소유권을 오드리에게 주는 것으로 하였으나, 이모 '안야'가 이러한 사정을 무시한 채 하버드에 기부해 버렸다. 이로 인해 할머니의 작품으로 화랑에 전시를 하고자 했던 오드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MS 슬라빅 7>은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를 가진다. 또 영화의 구성 역시 복잡하지 않다. 편지를 연구하는 과정과 편지를 찾기 위한 과정이 교차하여 진행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편지에 대한 오드리의 해석'과 '편지를 찾고자 하는 오드리의 욕망'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오드리가 순조롭게 편지들을 해석하는 과정과는 반대로 편지들을 찾고자 하는 과정은 녹녹지 않다. 오드리는 이모 안야에게 편지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안야는 그 편지들의 존재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오드리가 그 편지들을 화랑에 전시한다는 말을 듣고는, "가족의 역사로 돈을 벌려고 하는구나?"라며, "요즘은 아무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하지만 많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일이야. 학부 전공 후에 석사 학위를 따고 큰 갤러리에서 일하면서 실무를 배워야지. 그냥 할 순 없어."라고 말한다. 어느새 대화는 편지의 행방이 아닌 '예술을 다루는 사람의 자질'로 변질된 것이다.
오드리가 편지를 연구하고 의미를 도출해내고, 그것을 이해함에 따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점점 커진다. 그것이 '편지'라는 물질의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의미부터 그 안에 쓰인 글의 맥락과 문장의 구조까지 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이상하게도 편지가 자신의 것임에 불구하고, 소유할 수 없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치며 '실현될 수 없는 그녀의 욕망의 존재'가 더욱더 뚜렷해진다. 여기서 '편지'는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8단계를 빌려 말하자면,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 이러한 욕구의 결핍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구)
영화는 이런 과정 안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오드리와 편지를 동일시'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먼저 오드리가 분석한 편지에 대한 의미를 보자면, "조피아가 요제프에게 보낸 거의 모든 편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구가 있어요. 첫 번째는 '도시가 당신의 영혼을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오직 전원에서만 작가는 고요와 정적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그녀가 요제프의 재능에 투자했던 만큼 그가 전원에 가면 훌륭한 작품을 창조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 요제프가 글을 쓰고 최초의 작품을 쓰기를 바라는 조피아의 바람은 교감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석한다면 이 편지는 '교감'과 '연결'을 향한 강한 욕망을 담고 있고 또 물리적으로도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오드리에 해석에는 '창작'과 '연결'에 대한 핵심 키워드를 주축으로 한다. 편지를 통한 조피아와 유제프의 연결, 유제프가 창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욕망으로 생각해보자면, 오드리 역시 편지를 통한 자신의 전시(창작), 소유권으로 인한 자신과 편지의 관계(연결)로 볼 수 있다. 영화에는 두 번의 독백이 존재한다. 오드리가 '편지'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이는 마치 편지를 향한 그녀의 고백처럼 느껴진다. <MS 슬라빅 7>은 오직 오드리의 움직임과 독백이라는 언어로 이뤄진 영화다. '편지(우편물)는 여행과 전달이라는 물성에 속박되어 있다'(편지 안에 담긴 것, 기록하고 소통하려는 마음, 이것의 순수한 의도가 담긴 형태)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새장 안에 갇힌 새의 모습이, 학력을 요구당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중첩되어진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