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파브리스 뒤 웰즈' (Fabrice DU WELZJ)
<열렬한 사랑>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파브리스 뒤 웰즈'(Fabrice DU WELZ) 감독이 연출했다.
파브리스 뒤 웰즈감독의 신작 <열렬한 사랑>은 사랑의 아이러니를 노골적으로 끌고 간다.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할수록 자신이 파괴되는 사랑의 아이러니 말이다. 이런 파토스적 사랑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왜 저사람을 사랑할까, 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파브리스 뒤 웰즈는 이 아이러니한 사랑을 영화로 만들었다.
사실 이런 영화는 이미 많다. 소설로써도 존재하며 우리 곁에서 경험적으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파브리스의 영화에는 이전 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영화를 풀고 나가는 방식과 영상이다. 카메라 화면에 담기는 아르덴 자연공원은 몽환적 환한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피사체와 자연의 극적인 색상 대비는 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내용은 전형적인 로드무비의 플롯을 따라간다. 사춘기 소년 폴은 풀 숲 속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동갑내기 친구가 없는 폴은 숲에서 새를 잡으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가 없는 폴은 새에게 애정을 쏟으며 존재에 대해 사유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한 글로리아를 만나게되고 완전하게 매료된다. 이것은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랑은 받아들여야 한다. 소년은 새 대신 그녀를 선택한다. 소년은 소녀를 병원에서 탈출시켜준다. 그 둘을 쫓아오는 이들과 지난한 추격으로 영화는 이어진다.
탈출 과정에서 글로리아가 간호사 한 명을 살해했으나 폴은 그녀를 떠날 수 없다. 공포감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글로리아를 위해 그는 복종한다. 자신의 정신벽적 증상을 과시하며 그를 노예로 만든다. 중간중간 교외에 사는 어른들을 이용하고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글로리아는 영화의 서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재미 있는 점은 글로리아를 잡으 러오는 어른들을 피해 도주하는 장면이 마치 둘만의 유토피아를 찾는 것 처럼 묘사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글로리아는 내내 빨간 의상을 입고있다. 초록 배경과 완벽한 보색대비를 이끌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추격에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의상과 발작은 이 영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극대화 시킨다. 영화 촬영 후 후보정 작업에서 들어갔을 색상 조정도, 거의 맹목적일 정도로 아름답게 칠해져 있어 영화가 영상미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지 않았나 싶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영상미에 집착하는 유행에 편승한 영화가 아니다. 영상미를 영화의 기의를 담는 중요한 소재로 감독은 사용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는 시간과 시점을 오가며 층위를 쌓는 것 대신 직선 구조를 선택한다.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는데 힘이 들거나 해석에 노력을 요하는 영화는 아니다. 소년의 시점을 관객은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영화를 모두 설명하기는 힘들다. '아르덴 자연공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상미는 사랑이란 추상을 스크린 위로 현상한다. 그리고 공간과 배경을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데 중요한 지점이다.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요구하는 꿈속 장면과 환상은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원경의 강렬한 대비. 그 안에 담긴 초록 자연과 대조되는 글로리아의 빨간 의상 그리고 피는 사랑에 대한 원초적인 은유인 동시에 혼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것을 새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나, 감독은 그런 반응이 두렵지 않다는 듯 원초적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소년의 불안과 혼란이 뒤섞여 만든 열렬한 사랑은 담담한 결말마저 파국을 연상시킨다.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