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 사랑을 그리다
[21th JIFF]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 사랑을 그리다
  • 오세준
  • 승인 2020.05.31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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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Death Will Come and Shall Have Your Eyes, Chile, Germany, Argentina, 2019, 90분)
감독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José Luis TORRES LEIVA)
사진 ⓒ 전주국제영하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 극영화'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José Luis TORRES LEIVA) 감독이 연출했다.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이하 <죽음이 다가아...>)는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의 동명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은 정적이면서도 격렬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레즈비언 커플 '아나와 마리아'. 안타깝게도 미라아가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 그녀를 위해서 아나는 어딘지 모를 숲속 나무집으로 이사한다. 병원 치료를 거부한 마리아. 자신의 애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나. 이렇듯 영화는 '죽음 앞에 놓인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다.

우선 영화는 '전형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그것이 장르적, 내러티브적, 또는 사랑하는 대상의 필연적인 죽음을 두고 '슬픔'을 형상화하려 하지 않는 감독의 뚜렷한 의지까지. 이는 한병철 작가의 책 <에로스의 종말>의 제목 자체의 의미를 거부하면서,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에서 말하는 '상품화된 사랑', '통속성과 오락성을 내세운 멜로드라마'를 적으로 두어야 함을 진중히 따른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서 언급한 김소연 시인의 고백을 빌려 추측해 보자면, "사랑에 대해서 무지한 채로도 사랑을 했던 나 같은 이들이, 사랑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으로써 사랑을 소외시켜왔던 것이다"라는 말로,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사랑을 소생시키기 위한', '끝나는 사랑이 아닌 시작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문학과 지성사), P13]

 

사진 ⓒ 전주국제영하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하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죽음이 다가와...>가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또 특별한 내러티브 없이 '사랑'에 대한 감독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것은 '아나와 마리아'를 담는 롱테이크 컷이다. 영화 시작에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울리는 공명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감독이 반복적으로 담아낸 두 사람의 모습은 여성들을 관능적으로 담아낸 '클림트'의 작품들이 떠오르며, 가스파 노에 감독의 <러브>(2015)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사랑과 죽음, 젊음과 노쇠 이런 주제들의 관점과 방향에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2013)나 <유스>(2015)를 경유한 느낌이다)

그러나 <죽음이 다가와...>는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가지는 사랑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선다. 이 영화에는 '남녀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그리고 늙은 노파가 산속에 홀로 남겨진 어린 소녀에게 기꺼이 뻗는 손까지. 이들의 모습은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이들의 응시는 우선적으로 '통속적인 사랑'을 거부하는 기질이 이미지 밑에 깔려있음에도, 기어코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끌어내는 발생을 주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의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의 '고귀한 형태의 사랑'에 가까운, '본질과 의미'로의 형태가 아닐까.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랑하는 대상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비극적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바라보는 순간에도 화면은 슬픔으로 젖어있다. 홀로 조용히 눈물을 삼키거나 거리에 나와서 행인이 손수건을 건낼 만큼 격정적인 슬픔을 쏟아낸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의 결말에 비극이 아닌 희망을 불어넣는다. 이는 김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장> 속 '오상무'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암에 걸려 죽어가는 아내와 몰래 짝사랑하는 추은주 사이에서 그의 모습을 진중하고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가는 감정적 떨림을 표현하고자 한 임권택 감독의 카메라는 <죽음이 다가와...>가 담고자 하는 맥락과 상당히 유사하다.

죽음을 통해서 사랑을 말하는 <죽음이 다가와...>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필멸의 삶, 고통스럽고 고독한 삶을 말하는 듯하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오래 사귀었는지,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설정들이 사랑 앞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무의미하기 때문. 오로지 이미지와 몸짓이 이 영화가 가진 유일한 언어다. 감독은 몸, 피부의 마찰 등을 담기 위해서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강이 흐르는 소리나 새가 우는 소리 등 숲이 가지는 자연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죽음'으로 자리하는 '공포'와 '허무'를 적으로 둔 채, 영화 속에 오직 '사랑'으로 채우고자 하는 감독의 따뜻한 연출에는 오직 관객이 느껴야 할 온기를 기다린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영화의 솔직함을 통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잊혀진 순수함과 열정을, 아울러 때 묻은 오랜 사랑의 껍질을 벗겨야 함을 영화는 바라는 듯하다.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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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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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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