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러웅 밍 카이'(LEUNG Ming Kai), '케이트 라일리'(Kate REILLY)
단편영화 <세 친구 Tree Boys>(2007)로 홍콩인디펜던트 영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러웅 밍 카이' 감독과 라이브 코미디의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 미국 배우이자 감독 '케이티 라일리'가 연출한 <질식할 것 같은 추억>은 네 개의 단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콩의 모습을 그린다.
<질실할 것 같은 추억>이 보여주는 4개의 이야기는 '3개의 극영화, 1개의 다큐멘터리'로 구성됐으며, 허구와 사실, 코디미와 드라마, 개인과 국가 그리고 정치 홍콩을 구성하는 매혹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야심찬 두 감독의 호흡이 빗어낸 구조로써 가벼우면서도 우아한, 또 자극적이면서 부드러운 질감으로 조직됐다.
이는 오늘날 홍콩의 상황을 직조하며 여러 모순적인 이미지를 통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1 <금지된 도시 Forbidden City>
첫 번째 단편 <금지된 도시>는 어린 시절 홍콩으로 건너와 평생을 홍콩에서 산 할머니와 인도네시아에서 홍콩으로 온 지 10년 째인 가정부의 이야기이다. 가정부를 고용한 할머니의 아들은 약간의 치매가 있는 할머니가 외출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가정부에게 당부한 상태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향우회에 나가려고 하고 가정부는 이를 말리다가 못 이겨 아들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약속하고 할머니와 함께 외출한다. 이들은 모임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데, 버스에서 할머니가 비밀 유지 약속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안 가정부는 기지를 발휘해 향우회에 나가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 무사히 귀가한다.
가정부와 할머니의 가벼운 외출과 그 동안의 소소한 대화들은 관객들에게 홍콩인의 뿌리와 역사를 매우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전달해준다.
#2 <토이스토리>
<토이스토리>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장난감 가게를 찾은 형제의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한 장난감가게에서 형제는 장난감들을 매개로 어린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을 되살리기도 하고 현재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특별한 공간, 시간의 이동 없이 형제들의 대화만으로 <토이스토리>는 홍콩의 소소한 역사들과 현재의 홍콩에 대하여 관객들에게 이야기해준다. 이 과정이 전혀 작위적이지 않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3 <원앙>
케이트 라일리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 <원앙>은 같은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그린다. 자판기 음료를 선택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말을 거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현재와 그들 사이에 있었던 과거 에피소드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원앙>은 원앙차, 주창펀, 에그 프렌치 토스트, 완탕면 등 홍콩의 로컬푸드를 통해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홍콩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4 <재미만 있진 않을 거야>
마지막 단편인 <재미만 있진 않을거야>는 민주화 시위 이후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여성 청년 ‘제시카 람’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선거 유세 현장의 제시카와 집, 직장에서 일상을 보내는 제시카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홍콩 청년들의 삶과 그들이 지닌 정치적 문제의식, 그들이 행하는 행동과 그 가치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질식할 것 같은 추억>의 네 가지 이야기들은 홍콩이라는 도시와 연관된 주제의식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소소함에 녹여 자연스럽고도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인물들 사이의 매력적인 대화와 적절하게 사용된 음악 또한 영화에 재미를 더해준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