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오디션' 답습되는 지독한 갈망
[21th JIFF] '오디션' 답습되는 지독한 갈망
  • 오세준
  • 승인 2020.05.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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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션'(The Audition, Germany, France, 2019, 99min)
감독 '이나 바이스'(Ina WEISSE)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오디션>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이나 바이스'(Ina WEISSE) 감독이 연출했다.

 <오디션>은 '이나 바이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 초연을 시작으로 트롬쇠, 함부르크 등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됐으며, 주연배우인 '니나 호스'(Nina HOSS)는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와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독일 출신의 '이나 바이스' 감독은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이다. 최근에는 <작가 미상>(2018)의 '마르타 시반트' 역을 연기했다. 참고로 <아키텍트>(2008)는 그녀가 직접 각본과 연출, 연기까지 선보인 첫 장편 영화이자 데뷔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감독으로써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디션>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한 음악 고등학교의 입학 오디션을 보여준다. 시험을 보러 오는 학생들의 미숙한 음악소리와 “그만!” “다음!”을 외치는 교사들의 말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알렉산더'(Ilja Monti)의 등장은 적막한 분위기를 깨부순다. 그리고 감독의 카메라는 그와 '아나'(Nina HOSS)를 반복적으로 '숏-리버스 숏'를 통해 담아낸다. 이 부분은 오프닝 시퀀스의 긴장을 높이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관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마치 권형진 감독의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2001) 속 '선생과 제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하지만 <오디션>이 주목하고 하는 것은 오직 '아나'뿐이다. 식당에서 여러 번 자리와 메뉴를 바꾸고 결국에는 남편 필립스(Simon Abkarian)가 시킨 메뉴를 가져가는 그녀의 우유부단한 모습부터 죄책감 없이 같은 학교 남성 교사와 섹스를 즐기거나 아들 요나스(Serafin Mishiev)에게 매우 엄격한 모습까지. 고등학교 바이올린 교사이면서 실패한 연주자인 아나는 강박적이면서 충동적이며 긴장을 하면 온몸이 차가워질 정도로 벌벌 떨곤 하는데, 이러한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낙담하면서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는 아들에게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심지어 그녀는 오랜만에 무대에 선 공연에서 연주하던 중 떨리는 오른손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활을 떨어뜨리는 치욕을 겪는다.

'아나'의 욕망은 마치 히스테리 한 그녀의 모습처럼 혼란스럽고 뚜렷한 목적을 가지면서 반복적으로 방향을 잃는 듯 느껴진다. 그녀가 알렉산더를 통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성공을 이뤄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요나스를 위함인지, 다시 무대에 오르려는 것인지, 욕망은 카오스로 변모하여 그녀를 응시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풀 수 없는 실타래와 같은 복잡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러한 그녀의 욕망이 부풀어 오를수록 조금씩 가족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어쩌면 그녀는 가족 속 남편의 아내, 아들의 엄마라는 위치에서부터 알렉산더의 교사 또는 몰래 만나는 애인으로 불릴 외부적인 위치로 삼투되는 듯 다가온다.

그녀를 밀어붙이는 알 수 없는 힘(압력)은 교내 오디션을 준비하는 알렉산더에게 향한다. 교정되지 않는 자세나 연주에 방해되는 손톱, 많은 연습량, 무한히 반복되는 연주. 그러나 그녀를 버티지 못한 알렉산더는 수업 도중 나가버린다. 그리고 더는 그녀의 지도를 받지 않는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알렉산더의 입학 오디션에서 다시, 그의 교내 오디션으로 향하는 영화의 전개는 '아나'라는 인물을 탐구하고 그녀의 욕망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안에는 가족 안에서의 그녀의 모습, 학교 안에서의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과의 관계까지 조직적으로 채워진다. 이는 '아나'라는 악기가 여러 악기들과 앙상블을 이루는 듯하면서 반복적으로 조율하고 합을 맞춰나가는 듯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알렉산더'가 아나의 매개체로, 그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반응을 이끌어내는 존재로 자리하면서 또 아들 '요나스'의 비교 대상이자 경쟁자로 위치한다.

아나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엄격했던 부모와 똑같이 아들 요나스에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무사히 마친 알렉산더의 오디션. 아나를 피해 급하게 학교 건물을 빠져나오던 중 계단에 굴러 목뼈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는 사고를 당한다. 관객인 우리가 깜짝 놀라는 부분은 다름 아닌 알렉산더에게 고의로 발을 거는 요나스의 모습이다. 이 순간 요나스는 알렉산더를 뒤따라 나오는 아나를 쳐다보고, 아나 역시 알렉산더의 사고를 목격한 직후 아들을 쳐다본다. 이때의 '숏-리버스 숏'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마치 영화 처음 알렉산더와 아나의 '숏-리버스 숏'을 연상시킬 만큼 강렬하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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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폭발'은 결국 요나스가 알렉산더를 해치는 사고를 의미한다. 아나는 아들이 발을 거는 것을 보았을까.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일까. 태연하게 하키를 하고 집에 들어온 요나스. 그들의 저녁식사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나는 남편을, 요나스는 아빠를 눈치를 보며 감독은 다시 모자의 '숏-리버스 숏'을 연출한다. 그리고 여러 아이들 틈 사이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요나스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나의 얼굴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해소되지 않은 의문만을 남긴 채. <오디션>은 부모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온 '아나'의 모습을 처연하면서도 지독하게 담아내며, 확실성과 자기 의심, 학생과 아들을 향한 완벽, 용납할 수 없는 실패 등을 결합해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낸다.

공연 중에 '활을 떨어뜨렸다'는 아나의 소식에 '단련이 덜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엄마. 이렇듯 영화는 바흐의 바로크 시대(영화의 OST)와 완벽함을 요구하는 어머니, 현대의 여성이 맞닥뜨려야 하는 치열함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것이 다소 불규칙한 편집의 리듬과는 별개로. 자신의 규칙을 완벽히 따르면서도 자신의 부모가 강요한 완벽함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아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요나스에게 자신의 부모처럼 대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영화 속에서 끝까지 답습되어지는 건 오직 '완벽함에 대한 환상'이다.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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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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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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