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벨에포크> 과거의 역할
<카페 벨에포크> 과거의 역할
  • 선민혁
  • 승인 2020.05.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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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페 벨에포크' (La belle époque, 프랑스, 2019, 115분)
감독 '니콜라스 베도'(Nicolas Bedos)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다. 우리는 모든 과거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과거는 미화의 과정을 거쳐 '추억'이라는 것으로 남아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과거는 어떻게 추억이 되고, 회상의 대상이 될까?

과거가 추억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우리가 추억이 된 과거를 떠올리는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현재가 아름답지 않을 때 과거를 떠올린다. 아름답지 않은 현재를 견디기 위해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므로 회상의 대상이 되는 과거는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떠올려지는 대상으로 반복되어 선정되는 어떤 과거는 점점 아름다워지는 미화의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추억으로 남게 된다.

 

사진ⓒ(주)이수C&E

<카페 벨에포크>에도 아름다운 과거가 필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만화가인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는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장성한 자식이 성가시다고 느껴지고,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심지어 그는 현재 뿐만이 아닌 현대까지 싫어한다. 모든 매체가 디지털화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세상이 너무 급변한다고 느끼며 아름다운 것은 모두 과거에 있다고 여긴다. 빅토르는 극단적일 정도로 캐릭터가 매우 선명한 인물이다.

그동안 만화를 연재해오던 종이신문이 폐간된 이후로 평생 직업으로 삼던 만화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던 빅토르는, 무기력한 남편의 모습에 질려 외도를 하고 있는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에게 쫓겨나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빅토르는 아들이 일전에 알려준 적이 있는 과거를 재현해주는 업체를 찾아간다. 이 업체는 높은 금액을 받고 고객을 원하는 과거로 데려다 준다. 개인적인 순간도 가능하고, 뮌헨 회담과 같은 역사적인 순간도 가능하다. 영화에서 이 업체는 굉장히 흥행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사진ⓒ(주)이수C&E

빅토르는 1974년 5월, '벨에포크' 라는 카페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처음 만나는 순간을 재현해달라고 요청한다. 관객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듯, 그 여인은 빅토르의 아내 마리안이다. 빅토르는 젊은 시절의 마리안을 재현한 배우 마르고(도리아 틸리어)에게 매혹되고 사랑에 빠질 뻔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재현 배우일 뿐이고 그가 사랑한 것은 마리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아름답게 여기던 1974년이라는 과거에 깊이 빠져 있다가 현실로 돌아온 빅토르는 자신이 그토록 부정적으로 여기던 현재와 현대를 받아들인다. 아들이 제안했던 대로 종이신문에 그리는 만화가 아닌, 애니매이션 작업을 시작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난다. 그동안 마리안은 빅토르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고 결국 부부는 서로 다시 사랑하게 된다.

 

사진ⓒ(주)이수C&E

<카페 벨에포크>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영화는 많다. 그것이 인물이 경험했던 과거이든, 그렇지않든, 이런 영화에서 인물이 돌아간 과거에 머무는 일은 거의 없다. 영화의 인물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 뿐이다.

글의 초반부에서 이야기했듯 우리가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과거들은, 단지 현재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떠올리는 미화된 추억들일 뿐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카페 벨에포크>를 포함한 주인공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는 영화들이 이야기하듯 과거를 떠올리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일은 그 과거에 그냥 머무르지 않는 한, 현재를 긍정하고 다시 계속해서 살아가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주)이수C&E

[코아르CoAR 선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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