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사냥의 시간> 관객의 틈을 비집고 나오기
[NETFLIX] <사냥의 시간> 관객의 틈을 비집고 나오기
  • 배명현
  • 승인 2020.05.0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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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한국, 2020, 134분)
감독 '윤성현'(Yoon Sung-Hyun)
사진ⓒ리틀빅픽처스
사진 ⓒ 리틀빅픽처스

한국에서 만들기 유독 힘든 장르가 있다. 판타지, 공포, SF. 가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관객의 선택에서 배제된다. 이 장르들은 분명 수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드는 이 장르의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왜일까. 한국 영화의 자본적 한계 때문일까. 만듦새의 부족(CG, 스케일 등) 때문일까. 물론 그런 점도 한목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한국의 관객은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냥의 시간>이 비판 지점이 바로 여기다. 시나리오의 촘촘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제공한 내용을 뒤에서 회수하는 동시에 반전을 제공하는 것. 관객은 예상치 못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제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그것과 분명 거리가 멀다.

나 또한 시나리오에 부족함을 느꼈다. 조금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면, 앞에서 설명을 조금 더 확실하게 해주었다면, 캐릭터 배경에 대한 설명을 확고하게 해주었다면 관객은 더 몰입하여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설명이 모든 영화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중성을 가장 앞세워야 하는 영화이다. 그런 지점에서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 지점 하나 때문에 과도하게 비판받는 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감독의 인터뷰가 실린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영화는 너무 내러티브 중심이어서 '사냥의 시간' 같은 영화를 택했다"면서 "해외에선 워낙 그런 영화가 많다. 얼마 전 개봉한 '1917'도 내러티브 없이 그냥 목적지를 향해 도착하고 끝인 영화다.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어 도전했지만, 한국영화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내 시간 사냥당했다는 관객에게 '사냥의 시간' 감독 답하길…> 중앙일보. 2020.04.28

사진ⓒ리틀빅픽처스
사진 ⓒ 리틀빅픽처스

나는 창작 의도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그동안 한국 영화가 벗어나지 못했던 지점들을 많이 벗어났다고 느꼈다. 가령 같은 편에 있다고 생각한 ‘형님’들이 뒤통수를 친다거나 친구 사이에 배신등. 그동안 한국에서 보여준 의리와 배신의 형식을 재현하는 대신 목적지를 향해 그대로 밀고 나간다. 한국 특유의 마초 클리셰 대신 쫓는 자의 ‘보다’라는 구도를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다.

주인공은 보여지는 상황이다. 보다의 수동태가 된다는 것은 사냥감이 된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사냥감이 된 ‘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다. 이유가 있어서 도망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나는 죽어도 될만하다는 ‘이유’를 만든다. 이 이유를 공유한 사냥감과 사냥꾼은 공집합의 이해를 가진다. 하지만 이 이유조차 없는 <사냥의 시간>은 왜 죽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단지 본능적으로 도망칠 뿐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없다. 준 석이 꿈속에서 안개를 헤쳐가며 마구 달리는 신과 불이 꺼진 주차장에서 헤매는 신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사진 ⓒ 리틀빅픽처스

포식자에게 쫓기는 건 생물이 가진 근본적인 두려움을 끌어낸다. 이 두려움과 조화시킨 음향과 더치앵글로 끌어내는 긴장감은 꽤 유용하다. 아쉬운 건 이 영화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는 것이다. 나는 극장에서 큰 화면과 좋은 음향으로 보았다면 관객들은 더 좋은 평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티브이나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그 모든 걸 느끼기란 힘들다.

때문에 나는 <사냥의 시간>이 과도하게 혹독한 평을 받는다고 본다. 물론 시나리오상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다. 아무리 감독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 하더라도 관객을 설득시키는 더 훌륭한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병원의 신에서 누구의 시선인지 알 수 없는 쇼트와 중간중간 관객을 헷갈리게하는 시선 또한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게 만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성취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매도하기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성현 감독은 다음 어떤 영화를 들고 올까. 나는 감독의 용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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