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관계 맺기의 어려움
<파수꾼> 관계 맺기의 어려움
  • 선민혁
  • 승인 2020.04.26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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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Break Night, 한국, 2010, 117분)
감독 '윤성현'(Yoon Sung-Hyun)

넷플릭스를 통해 드디어 개봉한 <사냥의 시간>에 영화팬들의 기대가 상당하다. 사람들이 <사냥의 시간>을 이토록 기다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워낙 개봉 연기가 반복되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고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의 ‘대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이유 또한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이후 10년 만의 장편영화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된 <사냥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냥의 시간>을 기대하게 만들어준 <파수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파수꾼>은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만하다. 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잘 정리되어 걸려있는 교복과 아이의 사진들, 아파트 난간 아래를 바라보는 인물(조성하)의 모습을 통해 ‘이 인물은 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이며 아들은 투신 자살을 했다’ 라고 추측하게 된다. 이러한 장면 이후에 배치된 학교폭력이 묘사된 씬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살을 한 아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 희준(박정민)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고정관념 또한 이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곧이어 자살을 한 사람은 희준이 아닌 학교폭력 가해자로 묘사되었던 기태(이제훈)임이 밝혀진다. 자연스럽게 예상되었던 전개가 틀어지며 우리는 선악구도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가지지 않은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예상할 수 없게 되고 인물들의 사정을 궁금해하게 된다.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영화를 보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인물들의 사정 중 가장 주된 것은 ‘기태는 왜 죽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기태, 희준, 동윤(서준영) 절친했던 세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기태는 왜 죽음을 택했는지 궁금해하며 우리는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 뿐만이 아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 또한 각자 기태의 죽음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풀고자 한다.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기태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을 알려준다. 기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두 명의 친구를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두 잃게 되고,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는 절망감에 죽음을 택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기태의 내면과 그의 사정들을 봤기 때문에 이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 속의 인물들은 그것을 알 수 없다. 희준은 자신이 의도치 않게 기태에게 상처를 줘 기태가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모른 채, 자신이 전학 후에 기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만을 알아내고자 한다. 동윤은 기태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기태가 죽은 이유를 추측하지만 기태의 아버지와 만남에서 도망침으로써 결국 그것을 부정한다. 동윤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태의 아버지 역시 결국 기태가 자살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사진ⓒ필라멘트픽쳐스

기태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사실 관심있는 것은 자신의 상처이다. 기태가 죽기 전에도 그랬고 죽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희준은 자신이 기태에게 입은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기태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했고, 동윤 또한 여자친구 세정(이초희)의 자살 시도가 기태 때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자신의 불행에 몰두했다. 기태가 죽은 후에도 이들은 그것으로 인한 자신의 상처에만 집중할 뿐이다. 희준은 기태의 죽음과 자신은 연관이 없다고 여기고 기태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 재호(배제기)에게 화를 낸다. 동윤은 기태의 죽음과 자신의 연관성을 알게 되지만 죄책감을 부정하기 위해 도망친다. 자신의 상처가 우선인 것은 기태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기태와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태가 억울하게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슬픈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기태 또한 자기 자신의 상처만 중요할 뿐,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친구들을 이해한 적 없고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며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주는 것을 반복한 이들을 마냥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기태와 희준, 동윤의 사정과 상처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밖이 아닌 영화 안의 세계에 있는 이들은 그럴 수 없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들과 같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계에는 대신해서 누군가의 모든 사정을 설명해주는 영화가 없다. 현실에서 안타깝게도 ‘관계 맺기’란 너무나 어렵다.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코아르CoAR 선민혁 에디터]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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