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편집자O] "손가락 하나면 충분해요!" [편집자O] "손가락 하나면 충분해요!" "야, 너 깔았냐? 뭐 역시나 안 깔았겠지. 그래, 언제는 뭐 네가 내 말을 듣기나 했냐. 됐다. 수고해라." M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한가득했다.M은 며칠 전부터 내게 모 소개팅 앱(App)을 계속 권했다. 가족보다도 날 잘 아는 그는 일과 집을 반복하는 내게 나름 신경을 써서 말했겠지만(실제로 그는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졸업증‧재직증명서‧명함 등 요구사항이 많은 이 어플의 가입 과정이 무척이나 번거로웠다. 거기다 내 매력, 관심사, 이상형, 데이트 스타일 등을 고르고, 100~200자 정도 자기소개까지 써야 한다니. 글 편집자O | 오세준 | 2023-03-18 13:00 [편집자O] 두 번의 고백 [편집자O] 두 번의 고백 서촌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은 바에서 그와 간단히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우린 그날 저녁 명동에서 함께 본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매체 편집장 정도씩이나 하고 있다 보니, 상대방은 내게 영화에 대한 대단한 해석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특별한 해석이 필요한 영화인가' 하는 속마음을 숨긴 채, 그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어보며 나름대로 충실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를 하는 순간, 목이 메어왔다. "그러니깐……." 상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채 이어가지 못한 내 모습을 보고는 적잖게 당황한 편집자O | 오세준 | 2023-02-27 10:30 [편집자O]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편집자O]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크흠, 잠시만, 지금 시간이 벌써 11시……"몇 년 전 해체한 한 힙합 레이블 노래의 훅(Hook)을 떠올릴법한(혹시 "11분!"이라고 외치신 분이 있으실까요) 이 글의 제목과 첫 문장은, 다름 아닌 이 기사가 발행된 시간입니다. 혹시 힙합에 관한 글인 줄 아셨다면 안타깝게도 '영화'에 관한 글입니다. 정확히는 영화전문매체 코아르CoAR 편집자의 지극히 사적인 글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편집자 'O'입니다"초면에 실례지만 여러분께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영화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영화는 편집자O | 오세준 | 2022-04-25 11:00 [편집자O] 흠뻑! 빠지는 순간 [편집자O] 흠뻑! 빠지는 순간 'J'가 SNS에 올린 바다 사진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캡처를 해버렸다. 카페 실내 멀리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2020) 속 주인공들을 나니아의 세계로 데려가는 그림처럼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듯했다. 테라스 뷰로 드넓게 보이는 바다와 하늘에는 서로를 마주한 파도와 구름이 데칼코마니처럼 그려졌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이 야속하게도 더 크게 그 사진을 보지 못해서 아쉬울 정도. 그러면서도 생전 바다 한번 못 가본 사람이 마냥 괜스레 청승을 떠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편집자O | 오세준 | 2021-10-17 01:25 [편집자O]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편집자O]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은 인간, 개, 곤충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까지 밍의 가족을 향한 여러 악령들의 무자비한 참극을 그려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면 놀람‧공포‧불쾌 등의 '무거운 느낌'뿐만 아니라 슬픔내지는 무기력하게 만드는 우울한 느낌(feeling) 역시 진하게 마음속에 자리한다. 온갖 악령들을 마주한 다음에 남는 것은 '감정들의 뒤섞임'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태의 원인을 휘몰아치는 영화의 후반부보다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님의 고백'에서 찾았다. 악령들이 밍의 몸을 잠식하는 상황 속에서 랑종인 님은 계속해서 헛다리만 짚는 편집자O | 오세준 | 2021-08-02 10:20 [편집자O] 숫자와 거리 그리고 '영화' [편집자O] 숫자와 거리 그리고 '영화' 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 (Catastrophe and Recovery) 전시를 관람했다. 이 전시는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을 둘러싼 징후와 현상을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기획됐다. 전시가 시작되는 지하 1층 5전시실을 지나 6전시실을 들어서니 일본의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Tatsuo Miyajima)의 (Counter Gap, 1989/2020)이 어둡게 조성된 공간 속에서 LED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갑작스레 마주한 컴컴한 어둠과 수많은 숫자를 나타내는 LED 불빛의 떨림 편집자O | 오세준 | 2021-06-14 10:13 [편집자O] 끊임없이 변화를 마주하는 즐거움의 향연 [편집자O] 끊임없이 변화를 마주하는 즐거움의 향연 벌써 6월 마지막 주다. 2019년의 절반을 열심히 달려왔지만 어안이 벙벙하다. 어쩌면 허무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삶은 '어떻게 잘 버티고 살 수 있을까'를 반복적으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이 그러하다. 여전히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더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자리 잡을 '아파트',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박서보' 화백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표현의 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버틸 '무언가'를 찾아보길 바란다. # 내면의 소리에 귀를 편집자O | 오세준 | 2019-06-24 11:00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