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2]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루는 산 사람의 소원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2]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루는 산 사람의 소원 '죽음'이라는, 그 직접적인 표현이 꽤 당돌해 보이는 태그를 선택하며 생과 사에 대한 진중한 드라마 한 편을 기대했건만, 이게 웬걸 모니터에 나타난 영화는 이제껏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90년대 홍콩의 하이틴물이었다. 마치 (1980) 같은 80년대 일본의 학원물이나 타카하시 루미코와 아다치 미츠루의 이름이 즉각 떠오르는 일명 '서비스 신' 가득한 당대의 청춘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생기 충만의 시공간이 펼쳐진 것이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이토록 밝아 마지않은 당대의 영화적 유행의 내부엔 꽤 겹겹이 얽힌 욕망의 파고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 이우빈 | 2024-06-21 11:00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1] 선명하지 않음을 만드는 빛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1] 선명하지 않음을 만드는 빛 5분 간 펼쳐지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무성영화의 외양을 따라 하며 이목을 끈다. 대사가 없는 연출 아래에서 2000년대 초반 홈비디오 목적으로 나온 디지털 캠코더의 조악한 디지털 질감이 대번 눈에 띈다. 대개 딥포커스로 촬영된 터라 극단적인 숏 사이즈의 변경이나 프레임 속 음영 대조와 같은 이미지의 단순함에 집중하게 된다. 요컨대 이 5분의 무성영화는 차후 이 영화가 무성영화 시대의 그것처럼 숏의 적절함을 제대로 드러낼 것이라고 말하는 감독의 자부심 넘치는 예고와도 같이 느껴진다.여하튼 주인공은 한 노부부인데 평범한 정원을 가꾸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 이우빈 | 2024-04-12 12:00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영화를 무작위로 보고 쓰기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영화를 무작위로 보고 쓰기 얼마 전, 아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네필 중 한 명일 듯한 중년의 남성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는 오늘날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는 청년들('젊은 평론가'라고 일축하겠다)의 대부분이 이상한 괴리(실제로는 훨씬 격한 표현이었지만)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약하자면 최근의 젊은 평론가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 혹은 '영화를 둘러싼 무언가'를 좋아할 뿐이라는 비판이었다.그의 주장의 주요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그들은 태생적으로 영화를 좋아할 수가 없다. 이우빈의 랜덤 플레이 무비 | 이우빈 | 2024-04-12 12:00 [신정원] 총이지만, 총이 아닌 것들 [신정원] 총이지만, 총이 아닌 것들 2024년은 신정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 개봉한 지 20년째인 해다. 그는 4편의 장편 영화를 내놓고 2021년에 작고했다. 그러나 지금 신정원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전술한 영화 바깥의 두 사실이 아니다. 최근 한국영화계에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착한 경로가 신정원일 뿐이다. 유작이 된 인터뷰에서 신정원이 말한 아래의 내용이 발상의 물꼬다."젊은 신인들, 재기발랄한 창작자들이 나와서 판을 뒤엎을 이상한 영화들을 보여줬음 한다.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했던 막나가는 한국 디렉터 | 이우빈 | 2024-02-07 10:00 [Critique] '카메라'는 돌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Critique] '카메라'는 돌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카메라는 누군가의 시선을 대신하지 못한다. 카메라는 촬영이란 '행위'를 할 뿐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남긴 하마구치 류스케의 말에 따라 카메라의 한계를 생각해 본다. 위 어구는 두 마디로 나눠 있을 뿐 아니다. 두 개의 주제를 담는다. 시선과 행위라는, 어쩌면 영화 이미지의 전부를 내포한 두 가지의 조건이 두 마디에 담겨 있다. 살짝 바꿔 말하면 카메라는 카메라만의 시선만 갖고 있다. 또 카메라의 행위는 촬영뿐이다.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2023)는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감독 본인의 말을 입증한다. 크리티크 | 이우빈 | 2023-10-25 12:00 [Critique] 엄밀함을 포기한 영화 [Critique] 엄밀함을 포기한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2021)에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와 '미사키'(미우라 토우코)가 '유나'(박유림)와 '윤수'(진대연)의 집을 방문한다. 곧 이들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이때, 네 인물들은 모두 마스터숏으로 프레임에 잡힌다. 가후쿠가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잡고 왼손으로는 앞접시를 들어서 반찬을 집으려 한다. 컷이 바뀐다. 윤수를 등진 가후쿠와 미사키의 투 숏이다. 그런데 웬걸 가후쿠는 오른손에 젓가락이 아니라 맥주잔을 들고 있다.더블 액션을 맞추는 일은 비가시 편집의 기초다. 바로 붙는 두 컷에 크리티크 | 이우빈 | 2023-09-29 11:00 처음처음1끝끝